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강력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몰아치면서, '달러 패권'을 강화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마가 정책의 대표적 수단인 '고율 관세'에는 국제 무역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도 있지만, 큰 그림을 보면 미 달러화 위주의 통화질서를 다시 세우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을 향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세지였다.
브릭스는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고 브릭스 회원국 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브릭스 국가들은 달러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하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앞세워 손 쉽게 경제 재제를 가하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국외 자금을 동결하는 등 달러를 무기화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압박이 유난히 거센 것도 중국의 탈달러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 중국 역시 달러화 중심의 통화체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불안 요소라는 점을 깨닫고 위안화를 대체 통화로 부상시키려 노력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관세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중국의 달러 체제에 대한 반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국은 무역 거래 시 위안화 결제 비율을 더 높여 맞받아칠 가능성이 있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거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 거래의 90%가 달러로 이뤄졌고, 외국 통화표시 채권 발행의 70%도 달러가 차지했다.
다만 각국이 탈달러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달러의 비중은 지난 2000년 70% 이상에서 2023년 58%로 떨어졌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약화하는 추세는 향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떨어 뜨릴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각국의 외환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비중을 다시 확대하도록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박주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관세와 마러라고 합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인 국제통화 체제의 재편을 원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관세는 이를 위한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리핀 딜레마'를 해소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를 유지하고자 인위적 통화가치 조정을 구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레핀 딜레마는 국제거래 결제에서 달러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미국이 달러 공급을 늘리면 결국 달러 가치가 하락해, 기축통화로서의 국제적 신용도가 위태로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 달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무역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가상화폐 시장은 '달러 패권'를 강화하는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과잉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고 가상자산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가상자산에 유난히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단순히 투자자 표심을 향한 '러브 콜'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USDT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의 가치 저장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금(digital gold)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달러 기반의 금융 시스템을 연계하면 달러 패권이 강화된다.
미 정부가 최근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고려한다는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비축 금과 유사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새로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하듯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실무그룹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을 비축하는 방안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입법 관련 제안 보고서를 6개월 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 정부는 불법 거래에서 몰수한 190억 달러(한화 약 27조63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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