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당일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의장 공관에 불러 부부 만찬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에서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국정 안정을 도모해야 할 국회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우 의장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원내부대표단과 부부 동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박홍근·조승래·위성곤·유동수·강훈식 민주당 의원과 조응천·제윤경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한 날이었다. 새벽부터 수천 명의 인력을 동원한 공수처는 오전 10시33분 체포에 성공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 당시 머물고 있던 대통령 관저는 우 의장 관저와 약 300m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우 의장과 원내부대표단의 만찬 일정은 진작부터 잡혀있었으나 당일 대통령 관저 앞에 시위대가 몰려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응천 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에 의장 공관 입구가 막혀 약속을 미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체포영장 집행이 오전에 끝나면서 예정대로 만찬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된 당일 대통령 관저에서 가까운 국회의장 관저에서 굳이 만찬을 해야 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체포 사태를 맞았는데 우 의장이 마치 축배를 들듯이 그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비장한 각오로 있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체포 장소 바로 인근에서 만찬을 한 것은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만 모아 놓고 회포를 푼 것도 비상식적"이라며 "국회의장이 갖춰야 할 정치적 중립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이던 우 의장은 줄곧 야권 편향적인 행보로 논란에 휩싸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여야가 의결 정족수를 두고 '15명이냐 200명이냐' 논쟁을 벌였을 때 우 의장은 민주당 손을 들어줘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우 의장이 국회에서 의결된 '초중등교육법'을 정부로 이송하지 않자 "편파적·당리당략적 의회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력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야권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며 3%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원내부대표단 만찬 당시 나온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조 전 의원은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지목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내가 민주당을 나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제3자 입장에서 이 큰 당에 어떻게 대선 주자가 한 명밖에 없느냐는 취지였다"며 "정치 소비자 입장에서 (대선 후보가) 다양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역동성,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찬에 참석한 민주당 A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조 전 의원이 민주당에 있을 때는 당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왔는데 요새는 왜 그런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느냐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만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선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는 스승과 제자 같은 관계였다. 덕담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B 의원은 "과거 같이 일했던 사람끼리 식사한 정도다. 어떤 정치적 해석이 곁들여지기보다는 오랜만에 얼굴을 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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