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성난 우파 시민들이 지난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진입해 난동을 부린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우파 시민 일부는 경찰이 시위대가 서부지법 청사 안으로 들어가게끔 유도했다며 경찰의 '함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복수의 시위자 역시 경찰이 이날 청사 진입을 유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19일 새벽 2시50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자, 그동안 평화 집회를 고수하던 우파 시민들은 시위대로 돌변해 법원과 경찰 등에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은 방패 등을 동원해 이들과 대치했지만,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밀어붙여 뚫기 시작했다.
이날 서부지법 청사 밖에서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남성은 뉴데일리에 "집회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서부지법 인근 골목에서 사복 경찰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구속영장이 곧 발부되면 시위대가 담을 넘어 청사에 들어올 텐데 어떻게 대응해야겠느냐'며 논의했다고 한다. 그때는 시위대가 이미 한 차례 담을 넘은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시위대가 다시 담을 넘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진입 유도 작전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에 진입해 생중계한 유튜버들 중에 '어쩔아재'와 '서울의소리' 등 극좌 유튜버들은 체포되지 않았는데 '젊은시각'과 '락TV' 등 우파 유튜버들만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함정수사' 의혹은 증폭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젊은시각'이라는 유튜버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 유튜버는 진입하는 군중에 동참하지 않고 구석에서 촬영만 하고 있었는데, 경찰은 그 사람만 꼭 집어서 체포해 갔다"며 "경찰이 영장 발표 시점인 새벽 3시에 경비 인력을 3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후문이 뚫렸다는 이유로 정문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 역시 석연치 않은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서부지법 앞에서 밤샘 농성을 했다는 또 다른 남성은 "시위대가 후문으로 많이 들어갔다. 후문은 경찰이 방어하기에 적격이었다. 차 한 대가 다닐 만한 좁은 통로가 필로티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인간벽'을 두텁게 쌓고 방패로 막으면 시위대쯤은 충분히 다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위대가 돌진하자 경찰이 한 발 한 발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 뒤에 기동대가 한 부대 더 있는 걸로 보이는데도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다 물러났다. 시위대가 소화기를 분사하는데도 맞기만 하다가 시위대가 셔터를 열게끔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을 생중계한 유튜브에는 시위대 20여명이 청사 후문 측면에서 창문을 깨고 진입했는데도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방패까지 내린 채 지켜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청사 밖 시위대는 후문을 두고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경찰의 저지선을 무너뜨리려는 식의 물리적 충돌은 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로 보이는 인물들이 옆으로 비켜나라는 듯 손짓하자, 셔터가 반쯤 열려 있던 후문을 막고 있던 기동대원들이 옆으로 물러났고 시위대는 셔터를 올리고 청사에 진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왜 시위대에 길을 비켜줬느냐'는 뉴데일리의 질문에 "문이 열리기 전에 서부지법 안에 시위대가 이미 진입해 있는 상황이었다. 시위대를 상대하고 있는 경찰이 중간에 고립될 수 있어서 (시위대에) 길을 비켜줬다고 한다"며 "시위대가 이미 안에 진입해 있으니 기동대가 출입문을 사수할 필요성도 사라졌을 뿐 아니라 뒤쪽에서 시위대의 공격이 들어오면 경찰이 고립돼 피랍될 수도 있고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 서부지법 앞 도로에서 경찰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는 한 남성은 이와 관련해 "경찰이 갑자기 출입구를 확보해야 한다며 시위대를 무지막지하게 밀었다. 그때는 열심히 교대해 가며 밀던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후에는 시위대에 밀릴 것을 걱정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부지법에서 밤샘 집회를 했다는 한 여성은 "경찰과 언론은 우리가 강압적으로 서부지법에 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서부지법 진입을 경찰이 유도했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이 마치 '너희들 실컷 화풀이해 봐라'라고 하듯이 길을 열어준 뒤 (시위대를) 막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이 막았다면 과연 우리가 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경찰의 꼬임에 빠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남성은 "경찰이 마치 '여기로 들어와라' 하듯이 우리에게 길을 열어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먼저 우파 시민에게 물병을 던져서 폭력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여성은 "기자들이 우리를 찍을 수 있도록 경찰이 폭력을 유도하듯 우리를 '토끼몰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찰이 우파 시민들을 많이 때렸다. 심지어 경찰차가 한 우파 시민의 발을 밟고 지나갔다. 피해자는 다리가 퉁퉁 부어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비판했다.
기동대는 청사 내부로 진입한 이들을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시위자 46명을 건조물 침입,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체포해 경찰서로 이송했다. 전날 공수처 차량을 가로막다 체포된 시위자와 서부지법 담을 넘던 시위자 등을 포함하면 총 90명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은 연령이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했지만 20·30대가 51%(46명)로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20일 이들 중 66명에 대해 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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