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지난 16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인 대통령 관저를 3700명 이상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침입하고 영장 집행에 적용돼야 할 형사소송법 110조·111조까지 무시하며 대통령을 체포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 공수처장과 우 국수본부장은 모두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 일견 모두 윤 대통령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나 실상은 어쩔 수 없이 임명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 패배로 인사권마저 거대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오 공수처장은 과거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로, 과거 경찰 고위직 부패 범죄를 변호한 것과 '배우자 법무법인 운전기사 채용' 등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야 모두 반대하던 인사였다.
◆고위 경찰 변호에 가족 비리 논란까지…민주당조차 반대하던 공수처장오 처장은 과거 고위 경찰 공무원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변호를 맡아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방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때부터 경찰쪽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구 전 서울청장은 1조원대 다단계 사기 IDS홀딩스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고 오 처장은 이 사건에서 구 전 청장을 변호했다. 구 전 청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 전 청장 외에도 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친박(親朴)' 인사의 당선을 위해 각 지역 여론과 선거 전략을 담은 문건을 만드는 데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모 전 경북지방경찰청장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 변호를 4년 반 동안 맡았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되자 상고심 변호인에서는 빠졌다.
오 처장은 배우자와 관련된 도덕적 논란에 휘말렸다. 오 처장의 아내는 오 처장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금성에서 2018년부터 5년간 실장으로 일하면서 운전기사로 겸하며 약 2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은 '남편 찬스'를 이용해 탈법적인 부분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오 처장은 또 딸에게 재개발 지역의 땅을 편법 증여한 의혹도 받았다. 오 처장의 딸이 당시 20세였던 2020년, 성남시 재개발 지역의 땅을 모친 명의로 사들이며 오 처장은 3억 5000만원을 딸에게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세무사와의 자문을 통해 절세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오 처장이 공수처장 최종 후보에 오르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패 범죄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물었을 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견지하겠다는 태도는 미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빠 찬스, 남편 찬스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오동운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아빠·남편찬스를 행사해온 후보자를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하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文의 '김명수 사단' 김상환 전 법원행정처장 계속 비토…총선 패배에 마지못해그렇다면 왜 윤 대통령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데다 민주당마저 반대하던 오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수처장 인사추천위원회가 여권측 인사를 계속 거부하면서 후보 선정이 계속 미뤄졌고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수처장 임명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초대 김진욱 공수처장은 2024년 1월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김 처장의 대행을 맡은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같은 달에 만료돼 퇴임했다.
이에 차기 수장을 뽑는 후보 추천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최종 후보자 2인을 추려내지 못하면서 7차 회의까지 파행하는 등 수장 공백이 장기화됐다. 추천위원장을 맡은 법원행정처장이 여권 측 인사에는 반대표를, 야권 측 인사에는 찬성표를 지속 행사하면서 회의가 계속 공전됐기 때문이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 회장 등 당연직 위원 3명과 여야 추천위원 각 2명 등 총 7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최종 후보자 2인 중 대통령이 1명을 차기 공수처장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는 2023년 11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8차에 거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첫 회의에서 최종 후보 2명 중 1명으로 판사 출신 변호사인 오동운 현 공수처장이 선정된 이후 나머지 1명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공전했다.
이유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김상환 전 법원행정처장이 '여권 측 인사 반대 및 야권 측 인사 지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실제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당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4표로 최다 득표를 얻었지만 5표를 얻지 못해 번번이 후보자 선정이 무산됐다.
김 부위원장은 판사 시절 '김명수 법원'의 정치 편향 등을 강하게 비판하다가 2021년 2월 퇴직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2018년 울산지법 부장판사 시절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도해 '적폐 판사 수사' 등에 앞장설 때 전국법관대표회의석상에서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판사였다. 그 때문에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결국 8차 회의끝에 오 공수처장과 이명순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추천위가 꾸려진 지 석 달 반만의 결론이다.
하지만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는 2003년 윤 대통령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수사팀 멤버들은 수사가 종료된 이후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 모임을 만들었는데, 윤 대통령과 이 변호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원석 검찰총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 변호사를 임명한다면 야당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했다. 특히 그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거대야당이 출범한 상황이었다. 결국 두 달여의 고민 끝에 윤 대통령은 4월이 돼서야 오 공수처장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법조계 인사는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을 낙점할 경우 청문회 통과 여부 등을 우려해 판사 출신을 지명한 것도 있었을 것"이라며 "공수처장 공백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해 5월 22일 오 공수처장에게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오 처장 부부와 악수를 나누고 꽃다발을 전달하며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공수처에 무소불위 권한 준 文…꼭두각시 세우고 은퇴사실 이는 공수처가 처음 생길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던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기존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에, 관련 수사 업무 경력 5년 이상이 필요했지만 개정안은 변호사 자격을 7년 이상으로 낮추고 수사 경력 요건은 아예 삭제했다.
수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 출신도 공수처 검사가 되어 판검사를 비롯해 대통령,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임명되지만 이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공수처장 추천위 역시 7명 정원에 6명 이상 찬성에서 5명 이상 찬성으로 바꾸면서 야당 추천 인사위원 2명의 동의와 무관하게 임명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공수처를 장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초대 공수처장 선정 과정에서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헌 변호사는"이번에 강행 추진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 추천위원들의 비토권을 박탈하고 고유권을 부인했다"며 "'신뢰의 원칙 등 법치주의원리와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헌법률심판은 기각됐고 '반쪽짜리 후보'로 추천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임명됐다. 당시 문 대통령이 지명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법조계에서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김 공수처장은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같은 동기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김 공수처장과 함께 이건리 변호사가 후보자로 선정됐는데 이 변호사는 검사장급까지 오른 검찰 출신으로, 진보적 성향 법조인으로 꼽혔지만 검찰 출신을 원천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밀려났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이 지시한 임무를 완수하고 떠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후에 새로운 방패막이, 꼭두각시를 세우려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 사이의 갈등에) 인사권자로서 송구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또 다른 시작의 신호탄이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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