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인, 교도소 담장 걷는다"며 선거법 개정 시사 … 피고인이 할 말인가

공직선거법 재판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개정'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피고인으로 해당 법안으로 재판을 받는 제1야당 당대표가 법 개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운동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국민의힘 김상욱 의원·민주당 채현일 의원 공동 주최)에서 서면 축사를 했다.

그는 축사에서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다. 정치와 돈의 긴장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며 "현행법은 정치 신인의 진입에 한계를 두고 있는 만큼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에 대해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이다. 이미 1심 선고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공직 선거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공직선거법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라는 신분을 등에 업고 법 개정을 언급하자 거센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 민주당 내부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이 사법부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선거법 개정까지 거론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재판 1심 선고를 '사법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연일 재판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선거법으로 재판을 받고 1심에서는 이미 당선 무효형이 난 피고인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법 개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마치 음주 운전 전과자가 음주 운전 단속법이 잘못됐다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지금까지 공개된 혐의와 유죄 선고만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는 기업으로 치면 회생 불능의 상태"라며 "따라서 법정 관리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민주당은 원론적인 토론회 축사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축사는 지난 14일에 이미 의원실로 보내졌기에 이번 재판의 결과를 알기 전에 쓴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인 만큼, 학계나 정치권에서 늘 제기했던 문제를 원론적으로 말한 것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