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 요청 대상이 된 이들은 군사기밀을 시민단체와 중국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사드 배치 의사 결정을 살펴보는 공익 감사 과정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을 포착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들이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 일정 등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중국군 장교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 미사일 교체 작전 당시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감사원은 의심하고 있다. 또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이유로 주한 중국대사관 소속 국방무관에게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전 설명한 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공익 감사는 지난해 7월 전직 군 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문 정부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배치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미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외교부, 경찰청, 한국국방연구원, 경북 김천시와 성주군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듬해 문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배치를 지연했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5년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 기간 사드는 성주 기지에 임시로 배치돼 제한적으로 운용됐고, 인프라 등 제반시설 건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드 전자파가 참외까지 오염시킨다", "사드 전자파에 튀겨질 것 같다" 등의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사드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53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인체와 농작물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중요한 건 2018년 문 정부 당시 사드 레이더 전자파 검사를 국방부에서 하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재해 감사원장은 해당 내용이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문 정부 인사들이 사드 배치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민주당의 '국기문란' 논란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퍼뜨렸다가 여권으로부터 '국기문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철저한 사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다시는 이러한 외교 매국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국가 기밀 사전보고 사태를 포함한 대중, 대북 굴종 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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