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원외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반명 전선'이 크게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를 놓고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지만, 대외적으로는 분노를 구심점으로 최대한 집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이 대표의 선고가 있고 2시간여 만에 당 지도부가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민주당의 입장문은 '사법부 비난'이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1심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위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에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에 모든 구성원이 동의했고, 향후 장외투쟁을 통해 이런 사실을 더욱 국민께 소상히 알리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 당선 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침통하다. 김건희특검법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던 이들도 예상보다 높은 형량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1심 판결에 마음이 무겁다"면서 "무죄 추정이 유죄 추정의 겁박이 된 오늘, 할 말은 하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대정부 투쟁은 훨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친명 그룹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사법부를 비판하는 등 강력한 메시지를 내며 투쟁 독려에 나섰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소수의 판사에 의한 국민 주권 침해"라며 "잠시 어두운 것 같지만 곧 새벽이 온다. 지치지 말고 힘내자"라고 했다.
김병기 의원은 "명백한 정치 탄압이며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다. 야당 탄압에만 혈안이 돼 있는 윤석열 정권의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도 이 대표의 선고 소식에 검찰과 사법부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일반적 법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며 "비록 오늘 하루는 정치검찰의 사법농단이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종국에는 정의와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정적으로 평가받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입장문에서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대외적 결속의 모습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첫 재판이던 공직선거법 사건부터 정치생명을 위협받을 만한 결과가 나오면서 다른 재판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다른 인사 간의 결집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 상황을 '분수처럼 흩어질 결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분수는 한 물줄기로 나오지만 결국 다 흩어져 사라진다"며 "지금 당장은 투쟁심이 고취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명계에서는 당이 국민 신뢰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당이 각종 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의 재판에 대응해 온 상황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가 '운명공동체'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독재위원회(검독위)와 사법정의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각종 재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대장동 변호사'로 불리는 박균택·김동아 의원 등 수십 명의 친명계 의원들이 이 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재판 당일 트위터를 통해 검독위 유튜브 채널 구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두 개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과 사법부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민주당이 최전선에서 이 대표의 재판 방어에 계속 동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 '일극체제'에서 소외된 야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3총·3김'으로 불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두관 전 의원 등 원외 주자들이 이합집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친문 황태자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공개 행보를 적극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로 평가받는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재판에 대한 부당함과 별개로 당 공식 기구에서 당대표 재판 대응을 하는 모습을 결국 국민은 안 좋게 볼 것"이라며 "일단 일극체제로 변화된 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당내 움직임이 서서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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