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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주권론자' 김태우 "韓 자체 핵무장 시 주한미군 철수? 착각이다"

뉴데일리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제11대 통일연구원장)은 국내 최초로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해 온 '평화적 핵 주권론자'다. 김 실장은 북한 영변 핵 단지가 포착된 1989년부터 북한이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찍이 단언하고 한국의 '핵 잠재력' 배양을 위해 대미 동맹외교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정부는 수십 년간 한국의 농축·재처리 활동,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핵무장 등에 대해 습관성 반대, 한국 정부는 핵 안보 과제를 후임 정부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계속하는 동안 북한은 '불법 핵무장 정권'으로 거듭났다.

36년째 핵 주권론을 설파해 온 김 실장은 지난 1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미리 특사를 보내 장관 지명자들과 핵 문제의 밑그림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핵 상황의 악화에 비례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동맹 역량에 의한 한반도 핵 균형(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한국의 핵무장을 통한 한반도 핵 균형과 미·영 수준의 한미 핵무장 동맹 등 3단계 핵 대응 전략을 준비하는 합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실장은 한미동맹 체제를 전제로 한 '자체 핵무장론'은 종북좌파들의 '독자 핵무장론'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다', '핵무기 유지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이 핵으로 선제공격할 표적을 늘려주는 것이다', '미국이 전략핵잠수함(SSBN)에서 잠수함발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면 30분 이내 북한을 초토화할 것이므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 없다'는 일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면 핵무장은 참되, 핵 잠재력은 머금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은 핵무장을 해도 한미동맹을 유지하겠다'고 확약하기 전까지 핵무장을 보류해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파기되는 것보다 핵무장하지 않고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는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對)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고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한편,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GDP의 2.5%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며 "트럼프는 한국이 국방 예산 인상에 있어 좀 더 성의를 보이길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미국 우선주의·신(新)고립주의자들은 '미국은 GDP의 3.5%를 국방비로 쓰는데,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미국보다 국방비를 더 적게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만 원에 달하는 병사 월급은 국방 개혁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꼽힌다.

김 실장은 "트럼프 2기는 미군을 개혁하려고 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들의 국방비 구성을 주시할 것이다. 고정비에 얼마를 쓰고 전력 증강비에 얼마를 쓸 것인지 주시하면서 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병사들 인건비를 크게 올려 인건비가 자꾸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방위력 개선비는 전체 국방 예산의 30%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이나 주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트럼프 2기가 외교·안보 진용을 '대(對)중국 강경파'이자 '트럼프 충성파'로 채운 것으로 보아 대중국 견제 기조를 더 강화할 것 같다. 트럼프의 미국은 한국에 대중 견제에 참여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견제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트럼프의 눈 밖에 날 것이다. 한국은 환태평양다국적해상훈련(RIMPAC·림팩)과 같은 다국적 해군 연합훈련에는 참가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연합훈련에는 빠졌다. 계속 중국 눈치를 봤다.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고, 한국의 주적은 북한이지만, 좀 더 크게 보면 중국도 주적이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칠 입장이 못 된다. 한국에 있어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제로섬 관계'다. 한국이 중국 쪽에 기울면 한미동맹이 그만큼 훼손된다. 다만, 한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얘기를 하기보단 행동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담해야 한다. 아울러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나 장관들은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얘기를 삼가야 한다. 행동을 그렇게 하면서도 말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동맹을 근간에 두고 동맹 구조를 재편해 왔다. 그간 미국이 한미동맹보다 미일 동맹을 더 중시했던 것은 사실이다."그러한 흐름을 한국이 끊어야 한다. 주한미공군 전력을 예를 들어 보자. 주한미공군이 보유한 항공기가 약 90대인데, 그중 A-10 '선더볼트-Ⅱ' 공격기 24대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역한다. '탱크킬러'로 불리는 A-10은 고성능 포로 적의 기계·장비들을 파괴하며 저공에서 지상군을 지원한다. 한반도와 같은 전선에는 굉장히 필요한 공군력이다. 그런데 좀 오래됐다는 이유로 24대 전량 퇴역시키면 주한미군 전체 공군기의 4분의 1 이상이 없어지게 된다. 주한 미 공군이 보유한 나머지 전투기는 오래된 F-16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건 최신 F-35 스텔스 전투기다. 미국은 주일미군 기지에 F-35를 대량 보충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에는 단 한 대도 갖다 놓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도 성의를 보임으로써 한국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경비)도 뇌관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연계해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2026년 방위비 분담금의 약 9배)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는 좀 다를 것이다. 후보 시절에는 표를 얻어야 하니 얼마든지 막 부풀려서 자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게 '10배 올리자'고 얘기할 것 같지는 않다. 합리적인 선에서 한국이 좀 더 부담하는 것을 너무 아깝게 생각하면 안 되고 대승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조율을 시도해야 한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대만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국방비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한국에 국방 예산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물론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국방예산 인상에 있어서 좀 더 성의를 보이길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미국 우선주의·신고립주의자들은 '미국은 GDP의 3.5%를 국방비로 쓰는데,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미국보다 국방비를 더 적게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방비를 적게 쓰면서 미국이 국방비를 더 많이 써서 도와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트럼프의 기본 논리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대만을 압박했는데, 한국에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한국은 GDP의 2.5%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만약 한국이 GDP의 약 3.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면 한국의 국방 개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트럼프 2기는 미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국방비 구성을 주시할 것이다. 고정비에 얼마를 쓰고 전력 증강비에 얼마를 쓰는지를 주시해서 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병사 인건비를 크게 올린 탓에 인건비가 자꾸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방위력 개선비는 전체 국방 예산의 30%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이나 주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한국도 국방 개혁을 통해 군대를 강군으로 개혁해야 한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이나 주면 병역 원칙이 모두 무너진다."

-'병사 월급 200만 원'과 병역 원칙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청년들이 자신을 월급쟁이로 생각하고 군 복무를 하게 된다. 그게 군 입영 목적이 돼서 되겠는가. 돈을 받든 안 받든, 적게 받든 많이 받든 '국방의 의무는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라고 인식해야 한다.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거래'라고 인식하면 원칙이 다 무너진다. 50년 전이지만 우리 때는 5000원을 받고 36개월을 복무하고서도 60만 병력을 유지했다. 병역은 국가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무기간도 문제다. '출산율이 낮으니 병력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적정 병력을 결정하는 것은 안보 수요다. 안보 수요에 따른 적정 병력을 맞출 수 있도록 복무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이 청년들의 표를 받고자 야합해 병역 원칙을 모두 무너트렸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시계가 트럼프 시대에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 같다. 예비역 장성들은 미국이 향후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면 한국은 핵 결정권이 없으므로 일체형 확장억제가 작동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전작권이 분리되면 유사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현행 전작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 억제 차원과 승전 확률 측면에서 한국에 무조건 유리하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바로 현 전작권 체제다. 전쟁이 나면 미군이 한국군과 같이 꼭대기에 앉아서 통합 지휘권을 행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맹답지 않게 행동하고 자국 국방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전작권 분리를 요구하면 트럼프는 그렇게 하자고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동맹국을 버리려고 작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자다. 미국의 동맹 기준에 맞지 않는 동맹국들의 동맹 지위를 강등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에 입각한 기조에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은 굉장히 위험해진다. 젊은 사람들, 특히 좌파들은 '한국이 언제까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것이냐'며 전작권 전환을 외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이 중국을 상대할 수 있지도,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지도 않다. 싫으나 좋으나 강력한 동맹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인 운명이다. 안보라는 문제에서 틀린 선택을 한다면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 골프 용어로 얘기하면 안보에는 '멀리건'(mulligan·최초의 티샷이 잘못됐을 때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이 없다."

-미국은 무슨 기준에 따라 '동맹다움'과 '동맹답지 않음'을 판단하는가.

"미국은 동맹국을 7~8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첫 번째로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주의, 개방성 등 가치를 미국과 공유하는지 '이념적 상응성'(Ideological Compatibility)을 본다. 두 번째로는 동맹국이 자국의 방어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다. 자기들은 돈을 안 쓰면서 미군이 돈도 쓰고 피도 흘려 달라는 나라와는 동맹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점에서 한국은 최상위 두 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특히 두 번째 기준이 더 중시될 것이다."

-한러 관계는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중국과 러시아는 좀 다르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 공산 진영의 우두머리였지만, 신냉전 시대에서는 권위주의 세력의 핵심이 중국이다. 한러 관계 개선은 미국의 전략에 반드시 어긋나지는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공간이 중국과 비교해서는 넓다.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파병까지 했다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관여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러 외교 목표는 러시아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돕지 않게끔 관리하는 것이다. 한국이 가진 지렛대는 향후 한러 경제 교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유럽의 교류는 상당히 어렵게 됐다. (푸틴으로서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골자로 하는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려면) 아시아 국가들과 교류해야 하는데, 시베리아를 침략한 과거가 있는 일본과는 좀 껄끄럽다. 가장 적합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한국의 지렛대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에 핵무기를 지원하거나 전쟁을 부추겨 한반도를 다시 비극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한국은 좀 더 정교한 대러 외교를 해야 한다.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며 밀고 당기기를 하되, 한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굉장히 정교한 외교가 필요한 게 러시아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러 군사 협력 진전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면 한러 관계는 적대국 관계로 굳어질 수 있다. 정부 인사들이 무기 제공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외교적 밀당 차원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자유세계를 지킨다는 큰 명분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어떤가.

"우크라이나에 우선 방어무기를 보내고 나중에 공격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방어무기와 공격무기는 기능상으로도 그렇지만 차원이 그리 다르지 않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방어망과 방어무기를 지원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의 방어무기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살아남아 러시아군과 싸울 것이다. 방어무기와 공격무기가 다른 무기인 것처럼 자의적으로 과장하는 건 옳지 않다. 방어무기도 결국 살상무기다."

-북한의 파병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군사정찰위성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다탄두(MIRV) 기술 지원 여부가 관건이다. ICBM은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와 표적에 꽂히는데, 이때 공기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과 진동을 극복하고 목표물을 돌파하는 기술이 재진입 기술이다. 다탄두는 미사일 하나에 탄두가 여러 개 터져 나와서 각기 입력된 목표물로 독립 비행하는 굉장히 무서운 무기다. 미사일 한 발이 여러 개의 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다탄두를 ICBM에 장착한다면 미국으로선 엄청 신경 쓰일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에는 죽고 사는 문제다."

-러시아의 대북 군사 기술 이전을 근거로 미국에 확장억제 강화, 혹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 지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물론이다. 북핵 상황이 2단계, 3단계로 계속 나빠지면 핵무장까지도 할 가능성을 모두 담은 큰 합의 틀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핵무장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과 핵 잠재력 확보라는 쌍갈래로 가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포괄하는 합의 틀을 지금 만드는 작업과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지금 착수해야 한다."

-북핵 상황의 악화에 비례해 1단계: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2단계: 동맹 역량에 의한 한반도 핵 균형(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3단계: 한국의 핵무장을 통한 한반도 핵 균형과 미·영 수준의 한미 핵무장 동맹 등 3단계 핵 대응 전략을 예비하는 합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북핵 상황이 악화하면 2단계에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체제 구축 등 동맹의 역량을 활용해 한반도 핵 균형을 이뤄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한다면 3단계에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고 한미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의 핵무장 동맹으로 격상해야 한다. 한국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안보 위협에 처했는데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거나 한미동맹을 파기해선 안 된다. '한국은 한미동맹 체제 안에서 핵무장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합의의 틀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출범 전에 마련해야 한다. 한미 핵 동맹으로도 안 될 만큼 상황이 위험하면 그때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가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려면 약 2달 정도가 남았다. 합의의 적기가 있는가."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미리 특사를 보내서 장관 지명자들과 핵 문제의 밑그림을 논의해야 한다. 핵 상황은 예고할 수 없는 순간에 위기로 닥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옵션들을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안보 상황이 악화할 때 신속히 전술핵 재배치를 합의할 수 없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이라는 말은 이제 좀 진부하고 식상하다.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북한이 ICBM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을 확보하면 한국에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의식한 미국이 한국을 돕는 데 미적거릴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은 자체 핵무기를 내밀 수 있어야 한다.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머금고 있어야 시급할 때 신속히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

다만, 한국은 '핵무장한다면 미국과 합의로 하겠다'는 보장을 미국에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선제적으로 동맹 외교를 시작한다면 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유리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과 이러한 선제적 핵 합의에 응할 것이라고 보는가."트럼프의 이념적 성향과 거래적 성향을 봤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트럼프는 거래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이라 동맹국이 얼마나 더 미국의 국가 이익에 기여하는가를 중시한다.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 견제 기조에 좀 더 열의를 갖고 가담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파 일각에서도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얼마 전 한 외교관 출신 인사가 '핵무장이 만병통치약인가'라며 '동맹 안주론'을 폈다. 그가 주장하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 반대론'과 내가 주장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은 결국 같은 얘기다. 그런데 마치 자체 핵무장론이 강경론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유사시 미국이 100% 핵우산을 작동한다는 신뢰를 전제할 때는 이미 지났다.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을 이전받아 ICBM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협박하고 있다. 수십 년 전과 지금의 북핵 위협을 같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한미 동맹 체제에서 자체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자고 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면 핵무장은 참되, 핵 잠재력은 머금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한미 동맹을 유지하겠다'고 확약하기 전까지 핵무장을 보류해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으로 인해 한미 동맹이 파기되는 것보다는 핵무장하지 않고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는 더 이익이다."

-자체 핵무장론을 좌파들의 독자 핵무장론과 혼동하는 것 같다.

"좌파들의 독자 핵무장론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 동맹을 파기하고 핵무장을 하자는 '핵 자주국방론'이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해서 한반도를 집어삼키겠다는 게 북한이 외쳤던 자주다. 북한의 자주 노선에 결을 맞추고 핵무장을 주장하는 몇몇 좌파 학자들이 있다. 좌파 정부의 독자 핵무장론과 미국의 고립주의가 결합하면 미국은 '한국이 이제 우리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 소위 '탈동맹'은 우리가 바라는 길이 절대 아니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100%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체형 확장억제'가 실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 연합 작계에 북한의 핵 상황에 따라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어떻게 결합할지 연습해 본 적도 없다. 향후 북핵 시나리오를 연합작계에 넣겠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말뿐이다. 미 전략사령부는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 조기경보 체계 등을 통제한다. 미 전력사에 정통한 모 소식통이 최근 미 전략사 고위 장성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워싱턴선언과 핵재래식통합(CNI) 개념은 말로만 남아 있고 실행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CNI는 하부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군부대 차원, 전략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계획이 없다.

또한, 미국의 신고립주의, 신냉전 양상 등으로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미국 전문가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미국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무릅쓰고 한국을 도울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그건 다 옛날 얘기'라며 솔직히 얘기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핵 자강이 필요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핵 유지 비용이 매우 크다는 논리로 핵무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얘기다. 그 주장은 간단하게 반박할 수 있다. 어떤 지역을 탱크·비행기·군함 등 재래식 군사력으로 평정할 때 드는 비용을 1이라고 해보자. 핵무기를 사용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가능하다. 또한, 핵무장으로 인해 대체되는 재래식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다."-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이 핵으로 선제공격할 표적을 늘려주는 셈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는 전술핵을 반드시 국내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괌과 같은 국내 인근 지역에 재배치해도 얼마든지 유용하다. 한반도 전용 전술핵을 괌에 배치하고 한국 공군기에 탑재해 투하하고 공격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확실한 대북 억제력이 된다. 국내에 재배치할 경우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왜 단점만 가지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한반도 재배치가 북한의 대남 핵 사용 동기를 완전히 말살시킬 수 있다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

-일각에서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을 조기 개정하지 말고 협정이 만료되는 2035년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조기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핵연료 주기를 완성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는 데 필요한 핵연료를 만들려면 우라늄을 농축해야 한다. 이는 산업적으로도 필요하므로 정당화할 수 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재처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배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라늄 농축도를 높이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들 수 있으므로 자체 핵무장과 핵 잠재력 확보 등 쌍갈래로 갈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원전을 운영하자는 것이지 우리끼리 문 닫아 놓고 독자 핵무장을 하자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앞서 한 포럼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폐쇄는 한국의 핵잠재력을 뿌리째 뽑는 이적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민국에는 원전이 28개 돌아가고 있다. 그중 24개는 경수로, 4개는 중수로인데, 월성 1~4호기가 바로 그 중수로다. 경수로에서 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나오는 플루토늄은 순도가 낮아서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고순도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1세대 핵폭탄인 원자폭탄을 만드는 원료와 2세대 핵폭탄인 수소폭탄을 만드는 원료(삼중수소)는 중수로에서만 생성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하겠다며 설계 수명을 이유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월성 1호기를 2047년까지 쓸 수 있도록 약 7000억 원을 투자해 설계를 바꿨다. 당시 탈원전에 앞장선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재판받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무죄를 받으면 월성 1호기 폐기가 잘못이 아닌 게 되고, 가동 중인 2~4호기가 설계수명(각각 2026·2028·2029년)이 다 되면 1호기처럼 폐쇄될 것이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1950년에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김 실장은 프랑스 상업위성 SPOT 2호에 북한의 영변 핵 단지가 포착된 1989년부터 북한이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 잠재력'을 배양하는 것을 '당연한 핵 주권 행사'로 정의하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동맹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시 노태우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주장을 경청하지 않았다. 한국국방연구원 WMD(대량살상무기) 연구팀은 1991년 핵 주권론의 산실이었다. 당시 김 실장과 신성택 현역연구위원(당시 육군 대령)과 김민석 선임연구원(현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으로 구성된 WMD 연구팀은 각종 연구보고서를 통해 핵잠재력 양성을 건의했다.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이들은 수십 편의 대외 기고와 발표를 통해 '평화적 핵 주권론'을 설파하고 '우리핵연구회'를 결성했다. 결국, 김 실장은 '핵 주권 주장이 노태우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내부 징계를 받고 1994년 연구원을 사직했다. 김 실장은 2001년 복직해 책임연구위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을 거쳐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원장(제11대)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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