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대권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곧바로 이어지는 위증교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으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도 함께 '사망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현실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라며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공직선거법의 특성상 이 대표의 형량은 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사였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벌금형 정도의 형량으로 예측이 난무했지만 예상보다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이 대표가 벌금형을 넘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리더십은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도 이 대표에게는 촉박하기만 하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 재판 2심과 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행 규정이지만 판사들이 이를 훈시 규정으로 해석해 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대표가 재판의 시간을 끌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내년 5월 전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남은 재판 3개도 험난한 상황에서 첫 재판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제 이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나갈지가 향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책임을 통감하겠지만, 이 대표는 아마 더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에 달려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당장 오는 16일 장외 집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미 이 대표의 지지층은 격앙된 상태다. 이 대표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한성진 부장판사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친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판사 탄핵을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16일 민주당이 주최하는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에 정치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외투쟁이 더욱 거세지고 윤 대통령 탄핵과 개헌 등의 방법을 검토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응천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완전히 날아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아예 극한 투쟁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향후 강경 투쟁 노선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친명으로 불리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때론 역사가 뒷걸음쳐 돌아가는 것 같지만 진실의 역사는 한 걸음씩 앞으로 전진해 왔다"며 "우리는 끝내 이기리라"라며 향후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 대표에게는 앞으로 산 넘어 산이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더욱 높은 형이 내려지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대표가 연루된 위증교사 사건은 그가 2002년 방송사 PD와 공모하고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검사를 사칭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을 받을 당시 이 대표가 성남시장 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위증을 요구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법원이 위증교사 사실을 인정하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사법부는 위증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위증교사 유죄 판결 중 75%가 징역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밖에도 이 대표에게는 대장동·성남FC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이 남아 있다.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와 함께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도 집행유예 이상이 선고되면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 행보는 재기 불능 상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견해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내 반명 세력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이 대표의 재판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운 야권의 한 전직 의원은 "지금 공직선거법 선고로도 이미 웬만한 정치인이라면 정계 은퇴를 해야 했다"며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정치 인생은 물론, 현재 이재명 일극체제로 꾸려진 민주당도 완전히 사분오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은 우선 사법부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기일을 지킬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 1심 판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1심 판결이 오래 지연된 만큼, 사법부는 조속히 재판을 매듭지어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 대표 무죄와 방탄을 위한 무력시위와 선동정치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비겁한 거짓말에 대해 사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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