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북 외교관'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15일 통일부·인권위·권익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 인권 공동토론회'에 참석해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인권 문제에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잘 모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증언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며 "여론 공세전과 처지가 비슷한 나라를 모아 대북 인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하는 강경 대응, 인권 개선에 이해관계가 있는 듯한 인상을 조성하는 유화 전략의 세 가지 전략으로 구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김정은은 북한 외무성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 무대에서 서방을 상대로 어떤 전략으로 나가느냐, 어떤 수위를 가지고 대응하느냐 등 전략을 100% 빠짐없이 검토하고 비준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 무대에서 오고 가는 모든 설전이 김정은한테 빠짐없이 보고되고, 김정은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김정은은 결코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공세에 무관심하지 않고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주민의 인권 개선에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님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4대 세습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권 문제를 막아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통일부는 2016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북한 외무성과 재외공관이 유엔의 인권 관련 논의를 앞두고 주고받은 전문 12건의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문건들은 리 전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전문에 포함된 내용을 직접 발췌해 탈북할 때 한국으로 가져온 것이다. 북한이 자국의 인권 문제 논의가 정례화하는 것을 막고, 구체적인 대응을 기획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2017년 1월 '방침포치건' 문서에는 "오늘날 인권 대결전이 당 보위, 사상 옹위, 제도 사수를 위한 대적 투쟁의 제1선 전투장"이라는 김정은의 직접 하달 지침이 포함됐다.
이어 "인권 기구와 제3자들이 탈북자 증언을 활용하면 북한과 절대 대화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할 것"을 주문하는 등 탈북민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여론전을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리 전 참사는 "이 정보문을 공개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럼에도 공개를 결심한 건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만행의 배경이 김정은이라는 것과 그가 국제사회의 규탄을 알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작전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총 12건의 외교 전문에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대응 방향을 지시하는 경향이 담겼다"며 "이는 인권 문제가 독재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이는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는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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