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각) 최근 미국 경제의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좋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AP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정부은행(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동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기 위해 연준이 향후 수개월 사이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0%에 접근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면서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에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시간을 갖고 인플레이션 경로를 모니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리 설정되어 있지 않다. 미국 경제가 견실해 급히 금리인하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어떠한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미국 경제에서 보고 있는 강함은 (통화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재현 우려로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관측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연준은 9월 0.50%P '빅컷'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데 이어 11월에도 0.25%P 인하에 나섰고,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발표한 경제전망(SEP)을 토대로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0.25%P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2025년 연간 네 차례의 금리인하를 예상해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재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6%로, 9월 상승률 대비 0.2%P 올랐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춘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후 12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17%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파월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지속해서 둔화할 것이란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여건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며 "때론 울퉁불퉁한(bumpy) 길이 있겠지만 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2%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둔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 관련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거비는 물가지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산정방식의 특성상 최근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데에 시차가 존재한다.
연준이 물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10월 들어 전년동기대비 2.3%,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추정된다고 파월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소개했다. 10월 들어 CPI 상승률이 오른 것처럼 PCE 가격지수 역시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상승률 모두 9월 상승률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결국 통화정책 경로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경제전망 변화가 어떻게 나올지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인해 정책 결정을 조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정책이 시행될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공화당이 대통령과 의회의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선거 결과에 대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으로 대응하기 전에 정책 변화가 경제에 미칠 순효과가 무엇인지 평가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파월은 연준 관리들이 경제전망과 정책 기대치를 업데이트하기 전에 더 많은 정책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전망에 대해 "실제 정책을 볼 때까지 답은 분명하지 않다"며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아직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까지 몇 달이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플레이션, 저성장, 생산성이 낮았던 8년 전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를 시작할 때와는 지금 경제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15/20241115000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