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제 인권 검증대서 '공개 처형' 인정 … "원칙상 비공개지만 예외 있어"

북한이 '국제 인권 검증대'로 불리는 유엔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국제사회가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로 규정한 공개 처형 관행을 인정했다.

10일(현지시각)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제4주기 UPR에서 북한 대표단으로 참석한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이 "예외적으로 공개 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국장은 "원칙적으로 사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면서도 "예외적 공개 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범자 중에서도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했거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피해자 가족이 강력하게 공개 처형을 원할 경우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북한 정부가 그간 부인해 온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反)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 전복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런 범죄자들은 교화시설에 수용되고, 다른 범죄자들과 분리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화시설 수용자들은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며 "수용자들에겐 위생적인 환경과 운동 기회도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의 이런 발언은 교화 시설에서 가혹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부인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나, 이 과정에서 정치범들이 따로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는 물론,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박 국장은 같은 날 UPR 절차 진행 도중에도 "공화국에는 정치범도, 정치범 수용소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부에서 이른바 정치범 수용소를 운운하는데 우리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이 없으며 반국가 범죄자와 교화소만 있을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당시 UPR 현장을 참관하던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태도를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일혁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이미 북한에서 엄청난 인권 유린이 자행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북한이 일부만 인정했다"며 "다른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그런 일 전혀 없다'고 변명하는 이유는 그만큼 북한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