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對美) 외교 정책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북한과 러시아 외교 노선은 물론,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미 동부시간 기준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쯤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며 승리 선언을 했다.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본 미국 대선에서 '승리의 여신'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대통령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와 구축한 외교적인 성과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
오는 10일 '집권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의 최대 외교 성과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 파탄 난 한일 관계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 간 셔틀 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가 강화됐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는 데 합의했고, 그해 8월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안보 결속에 나섰다.
이후 지난 7월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 승인을 통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한미 관계는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구축한 한미, 한미일 간 외교적 합의가 백지화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 3국 협력의 핵심은 '대북 공조 강화'인데, 트럼프의 외교 노선은 이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친밀감을 과시한 트럼프는 지난달 10일 미시간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해 중재하겠다고도 밝히는 등 노골적으로 친러 성향을 드러냈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1만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상황에서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친북, 친러 성향을 보인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내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온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우리 측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며 5조 원을 지불하라고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또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국가)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 보호무역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을 맹비난하면서 기존의 보조금 정책을 백지화하고 '관세 폭탄'으로 대신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안보가 한치의 흔들림 없도록 워싱턴 신 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더욱 강하고 활력있는 글로벌 포괄전략동맹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미국과 "안보, 경제, 첨단기술 협력을 고도화하고 우리청년들과 기업인의 기회의 운동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그리하여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으로부터 더 큰 기회와 혜택을 누릴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캠프의 주요 참모들, 그리고 과거에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미국 측) 조력자들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 협의를 지속해왔다"며 "선거 결과가 나오게되면 그 결과에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당선인 간 소통의 기회가 빠른 시일안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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