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고 끝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 정체성과 증시에 대한 철학이 아닌 연이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해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만큼 정무적 판단이 어렵고 야권 진영 내부 반발도 고려됐다.
그는 "금투세는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대신 (도입하는) 대체 도입 제도라는 면에서 시행하는 게 맞다"며 "이거 때문에 주가가 내려간다기보다는 하락의 주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며 화살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은 지난 2일 민주당 지도부의 회의 이후 가닥을 잡혔다. 이 자리에서 친명(친이재명) 일색 최고위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 대표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단을 내리는 방식을 취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금투세 폐지에 대해 이견은 없었다"면서 "대표께서 설명하신 대로 여러 사항이 고려돼 판단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여야가 회동 일정을 두고 논의가 길어지자 여론의 불만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한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부르며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해 왔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당내 강행 목소리를 내왔던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과 결을 달리 가져가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됐던 금투세를 이 대표가 폐기하면서 당내 보이지 않는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런 결정이 결국 사법리스크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재판과 25일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폐지는 절대 불가하다던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이 많다"며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내민 여론 환기용 술책은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개미 투자자들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들은 이 대표가 '강행하는 것이 맞다'라고 한 대목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를 마치 선심 쓰듯 시행하는 모습에도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 운동을 벌여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가 제비 다리를 부러트리고 고쳐준 놀부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이 대표는 금투세를 두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는 금투세 시행을, 같은 해 11월에는 유예를 주장하며 2년 유예를 현실화했다. 2년 뒤인 지난 7월에는 금투세 유예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생기자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토론회 이후 금투세 시행 여부를 당 지도부가 위임받았지만, 이 대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 주식 투자자는 "(이 대표가) 이제까지 오락가락하면서 주식 시장을 곤두박질치게 해 놓은 것에 대한 사과는 없고 마치 자신들이 정성껏 치료해 준 것처럼 말한다"면서 "놀부는 제비가 대박을 물고 들어올 줄 알았겠지만, 결국 패가망신했다"고 비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04/20241104002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