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씨와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등 연이은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엄격해진 국민 법정서에 맞춰 제정된 가중처벌법이 있음에도 기존의 법과 구분이 모호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3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 법정형이 너무 가벼운 탓에 범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 재범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일명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시행 이후 경찰이 음주운전 재범자의 차량까지 몰수하는 등 재범률 감소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범죄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화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2023년 연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43.6%으로 윤창호법 시행 직전인 2018년 44.7%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있어도 적용하기 힘든 이유는
일각에서는 법정형을 높인 특가법이 있음에도 기존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구분 기준이 모호해 제대로 된 가중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특가법 취지에 따라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정확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교특법은 운전자의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렀을 때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나아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운전자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한다.
여기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를 입증해야 하지만 일선 경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제외하면 걸음걸이나 혈색을 보고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김호중씨의 경우 사고 이후 술을 추가로 마셔 아예 음주 측정 자체를 회피하기도 했다.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교특법만 적용돼 벌금 또는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게 다른 두 법이 있으니…법원도 곤란한 현실"
최근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피해 택시기사의 진료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집행한 병원 압수수색 영장에 교특법상 치상 혐의만 기재했다. 사고 당시 다혜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4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가장 객관적인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교특법과 특가법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변호사는 "면허취소 수준임에도 보기에 멀쩡해 보이면 교특법이 적용돼 벌금 또는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며 "가중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기존 법은 고치는 등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통상 운전면허 취소 수준을 웃도는 혈중알코올농도 0.1%를 넘어가면 특가법이 적용되긴 하지만 그렇게 정한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중이 다른 두 법이 있고 교화의 가능성만 보여도 법원은 감형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구조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한 전문가도 "음주운전 사고는 대부분 과실로 발생하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고의성과 재범률이 높다"며 "사망사고도 많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음주운전자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중한 처벌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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