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녹취록 공개에 국민의힘이 또다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부실한 방어 논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1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록으로 인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도 가세하는 장외집회를 이틀 앞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람이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녹취록의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 친윤계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방어선을 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법률적 문제는 일차적으로 당 법사위원들께서 말한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는 크게 동감한다"고 말했다.
전날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녹취록 내용에 대한 자체적 법률 검토 끝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녹취록의 통화 시점이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의 취임 하루 전인 당선인 시절인 데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녹취록 논란에 대해 당선인 시절 '사적 대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께서 박절하지 못하신 분"이라며 "좋은 의미로 말씀하신 사적인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민주당의 파상 공세에는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했다.
녹취록 논란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친한계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방어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친한계 인사는 이날 뉴데일리에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자리이기에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는 한 형사소추를 하지 않는다"며 "당에서 5월 9일과 10일 하루 사이로 법률적 적용이 된다 안 된다 논하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자리를 보통 사람들의 법률적 자리로 끄집어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벌써 국민들 사이에서 '법꾸라지'라는 비난이 나오는 판국"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엉뚱한 방어 논리를 펼치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통령 취임 후 녹취록을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용산은 한 대표를 비롯해 당과 긴밀하게 상의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지금은 당에서 한목소리로 뭉쳐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녹취록 논란에 대해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앞두고 장외 결집과 여권의 갈라치기를 노린 의도로 꺼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뻔히 보이는 의도대로 우리 당이 갈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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