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카 유용' 김혜경에 벌금 300만원 재차 구형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법인카드로 당 관련 인사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재차 구형했다.

검찰은 24일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정호) 심리로 열린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이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김씨는 수사 단계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까지 지켜지지 않은 각자 결제 원칙만 되풀이하고 피고인 결백을 입증할 만한 그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증인들도 모순된 진술을 하는데 이는 각자 결제 원칙을 사후에 만들고 이에 맞춰 범행을 부인하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본 건은 김씨가 유력정치인들의 배우자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사건으로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죄질이 중하다"며 "김씨는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인 (수행비서) 배모씨를 이용해 본건 범행을 저질러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김씨는 2010년부터 10년 이상 자신을 떠받들고 섬긴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반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하급자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가고 자신은 빠져나가려는 이런 행태 역시 양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씨는 검찰이 증거도 없이 법리에 반해 연역적 추론만으로 김씨를 기소한 것처럼 검찰을 공격하고 재판 내내 쟁점을 흐렸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측 변호인은 "김씨가 8월2일 모임에 대해서 사적으로 접대하는 모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적어도 타인을 대접하거나 식대를 대신 결제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김씨는 당시 제보자 조명현씨(전 경기도 별정직 7급 공무원)가 이(식사) 자리에 와서 결제한다든가 하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녹취록의 내용만 봐도 조씨가 그런(결제) 사실을 김씨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증인 신문 내용을 핵심적으로 관찰해서 적어도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김씨가 당시 (범행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 꼼꼼히 검토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일상생활 속에서 법인카드 사용 문제가 아니라 선거 국면에서 공적 활동 과정에서 김씨가 배씨와 공모해서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했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 "나는 관여하지 않았고 비서 배씨에게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검사·판사가 상황에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재판부 판사가 잘 판단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는 정치인의 아내로 생각하면서 조그만 건도 만들지 않고 나를 보좌한 사람의 관리도 더 조심스럽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월25일 한차례 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고 당시에도 검찰은 김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8월12일 김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었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해 추가 심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제20대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8월 서울의 모 음식점에서 측근 배씨와 공모해 민주당 관계자 3명과 자신의 수행원 등 총 6명의 식사비 10만4000원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수행비서였던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배씨는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김씨의 공모공동정범으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재판부는 21일 뒤인 오는 11월 14일 선고 기일을 진행하겠다고 예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