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국정감사에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방심위 민원인'을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친인척으로 특정·보도한 경위를 묻는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민원인의 IP 주소를 활용했다"고 답해 파문이 일고 있다.
'IP(Internet Protocol address)'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고유 주소로, 민원을 접수한 방심위 직원이나 통신사 IP 관리자가 아니면 외부에서 알 수 없는 개인정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선 '사실상 방심위 내부 직원에 의해 IP 주소가 유출됐음을 시사하는 증언이 나왔다'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누가 어떻게 입수해 유출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22일 배포한 <방심위 민원인 사찰 사실로 드러나 … 조직적 IP 추적까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그동안 민원인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간의 구체적인 친인척 관계 여부를 아무런 공적 권한도 없는 외부 언론이 도대체 어떤 경위로 입수했는지 의혹이 증폭돼 왔는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직접 결정적인 단서를 실토하면서 충격적인 범행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디어특위는 "봉 기자는 민원인과 류 위원장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민원인의 IP 주소를 활용했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과연 봉 기자가 어디로부터 IP 주소를 입수했냐는 것"이라며 "이날 봉 기자는 '저희가 입수한 자료에 IP가 있었다'고 설명해, 자신이 직접 민원인의 IP 주소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부터 넘겨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미디어특위는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의 경우, 민원을 냈는지 여부부터가 비공개에 해당한다"며 "즉, 민원인의 민원 제출 여부와 내용, 그리고 IP 주소를 포함한 민원인의 개인정보는 당연히 방심위 내부에서만 파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렇다면 바로, 방심위 직원에 의해 봉 기자 등 외부 언론으로 IP 주소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추정한 미디어특위는 "만약 방심위 직원에 의한 IP 주소 추적과 외부 유출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범행이자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디어특위는 "방심위원장의 '처조카'라는 사실은 IP 주소로도 알 수 없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봉 기자의 IP 주소 활용 해명으로도 납득 불가능한 '민원인 사찰' 의혹이 여전히 짙은 만큼, 강력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특위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감 증언으로 민원인 사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심위 직원 등에 대한 추가 형사 대응을 예고했다.
박 의원은 "민주노총 방심위 지부장 김모씨는 어제(21일) 국감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IP주소를 찾아보셨나'라고 물으니 '저는 모른다'라고 대답했고, '(민원인 IP 등 정보를) MBC와 뉴스타파에 제공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그건 여기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스스로 언론사에 제보한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뉴스타파와 MBC의 삼각 공조 체제로 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이들의 가족관계와 인척 관계, 그리고 IP 주소가 모두 유출됐다"고 지적한 박 의원은 "이제 두려워서 누가 방심위에 실명으로 민원을 넣겠느냐"며 "민원인 사찰은 정부의 기능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마비시키는 악질 범죄"라고 규탄했다.
방심위 '민원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법정 대리인을 맡고 있는 임응수 변호사는 "IP주소는 방심위 온라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업무 담당하지 않고선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정보"라며 "방심위 전산 업무 담당자가 관여됐음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임 변호사는 "방심위 일부 직원들과 기자들만 결탁한 게 아니라 더 광범위한 조직적 지원과 배후가 있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뉴스타파 기자와 방심위 전산 업무 담당자들에 대해 추가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및 공무상 기밀누설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규탄의 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어제 국감에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방심위 민원인들 중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및 지인을 파악하기 위해 IP 주소를 분석했다고 밝혔다"며 "민원인 IP 주소는 방심위 전산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개인정보로,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봉 기자가 이러한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은 방심위 내부에서 불법적인 민원인 정보 유출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한 김 의원은 "봉 기자는 구글링을 했다는 핑계를 댔으나, 실제로는 류희림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해 방심위 내부 노조원들과 공모해 불법적인 민원인 정보 사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감장에서 자기 자랑하던 봉 기자는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뉴스타파, MBC를 포함한 언론사와 함께 방심위 내부에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직원이 있는지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 주길 바란다"고 수사기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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