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논란을 고리로 삼은 야권발 갈라치기 공세에 신음하고 있다. 김 여사의 거취와 검찰 수사에 대한 당내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균열의 틈을 타 "특검을 수용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 계파색이 옅은 중진의 박대출 의원은 이날 "탄핵의 교훈을 잊었나"라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 누구에게 좋겠나. 옆집 이재명만 웃는다"며 당의 내부 분열 상태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분열의 경험을 기억할 때다. 분열은 공멸"이라며 "위기에는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부 경고가 나온 것은 최근 국민의힘이 김 여사 문제를 놓고 당정과 계파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데 따른 것이다.
야권에서 김 여사 특검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친한(친한동훈)계가 최근 김 여사에 대한 검찰 기소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당내에서는 야권의 '탄핵 빌드업'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련의 상황에서 김 여사의 거취와 검찰 기소 문제를 언급한 한 대표의 발언은 내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9일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데 이어 전날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을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이를 두고 야권의 '영부인 악마화' 프레임과 탄핵 선동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영부인의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건의)한다고 그 야당의 주장이 머무르겠느냐"면서 "야당은 제2, 제3의 악마화 프레임을 가지고 영부인을 제물 삼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궁극적인 목적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왜 여당이 부화뇌동해야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당의 파열음이 커지자 민주당은 틈새를 파고들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진심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바란다"라며 "그렇다면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 관철에 한 대표가 나서야 하지 않겠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본인의 말에 일말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을 수용하라고 대통령께 건의하고 설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갈등 골이 깊어지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전조증상과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대출 의원은 한 대표의 '김 여사 기소 불가피'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굿판', '밀회설', '세월호 7시간' 등 숱한 선동, 지금 탄핵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이 지배하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극히 당연하고 합당한 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로 들린다"며 "지금 '이재명 재판 선고'와 '탄핵'의 속도전 양상인데 덜렁 탄핵의 다리를 놓을 건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또 "'선동 프레임'에, '탄핵 프레임'에 또다시 당한다면 우파의 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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