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문재인)계에서 뜬금없이 터져 나온 '2국가론'에 더불어민주당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나 나올법할 거대 담론으로 꼽히는 통일 의제를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친문 황태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꺼내 들자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친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이 뜬금없이 2국가론을 꺼내 들며 통일을 하지 말자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 자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으로 이목을 끌 줄 아는 분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정치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면서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두자.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전 실장은 한반도 영토 조항이 담긴 헌법 제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통일부 폐지도 제안했다. 2019년 비서실장 사임 일성으로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했던 임 전 실장이 5년 만에 기조를 확 바꾼 것이다.
같은 날 연단에 선 문 전 대통령도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기존 평화·통일 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졌다"며 임 전 실장의 의견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의 이런 태도는 즉각 '종북 논란'으로 이어졌다.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이 북한 김정은의 주장과 판박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의 대결 책동으로 북남(남북)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됐다"고 했다. 김정일 시대부터 이어진 북한의 대남 노선인 '우리민족끼리'와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당장 여당이 민주당에 공세를 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토착종북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배신하고 국민을 속여왔던 가짜통일, 가짜평화의 검은 속내를 내보였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민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이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갖다 바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임 전 실장은 이날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에서 "토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여론을 봐서 필요하면 제가 (추가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친명계에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통일 화두를 던져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2국가론이 야권 내에서도 교통 정리가 필요한 사안인데, 이를 공식 석상에서 내놨다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비롯한 친문계가 대거 참석한 행사에서 나온 임 전 실장의 발언이 '쇼케이스' 같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이 몸에 밴 스타 의식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행사 기조연설에서 화두를 던지는 것은 대선 주자나 대통령 정도나 하는 행위 아니냐"면서 "기삿거리가 어떤 것인 줄 아는 임 전 실장이 의도적인 발언을 통해 대선주자급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 정도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에 빨려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국가론 자체가 토론 의제인지도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당이 지금 시점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먹고 사는 문제와 윤석열 정부 실정을 지적해 민생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야당의 첫째 과제다. 괜한 논란으로 당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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