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을 약 50일 앞두고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심분리기 공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등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 30여 년간 그랬듯, 북한이 이번 미 대선 직전에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국은 이를 계기로 전술핵 재배치, 핵추진잠수함 도입, 자체 핵무장 추진 등 한미동맹의 '공동자산'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北, 핵 무력 완성 단계 … 7차 핵실험 감행 여부는 정치적 결단에 달려19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최종적인 대미(對美) 전략목표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미국과의 '북한 비핵화' 협상을 미북 군축 협상으로 전환하고, 국제사회의 핵보유국으로서 제재 해제를 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북한은 지난 30여 년간 갈등 상태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명분을 만들고는 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11월,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함으로써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화로 넘어가기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북한이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과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을 원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카멀라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동맹을 거래적인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를 설득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고, 핵 군축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북한은 현재 결단만 내리면 핵실험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쳤고, 트럼프의 재집권을 돕고자 대선 직전에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북한은 올해 1월 극초음속 기동형조종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전날 4.5t급 초대형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 꾸준히 핵 무력을 과시해 왔다.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해 온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표'로 사실상 형해화되고,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관계가 복원되면서 김정은은 더욱 과감해졌다.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며 북한의 군수품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는 북한의 '7차 핵실험 필요성'을 정당화하며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해 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올해 2월 인터뷰에서 "한미 간 확장 억제 또는 북한을 향한 다른 도발적 조치들이 계속되거나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계속 날아다닌다면 북한 지도부가 자국의 방위력 추가 증강을 위해 신규(7차) 핵실험을 하기로 결정하는 편이 낫다"며 "만약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北 7차 핵실험의 최대 변수는 中 … "中과 결별 각오해야"
물론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미일 3국의 안보 위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 여부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과는 완전히 결별하게 될 수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해 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가장 꺼리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대중 압박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중국이 북한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면 북한은 그때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통해 군사 기술적으로 얻을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밝힌 이후 3년간 전술핵, 고체 연료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핵탄두, 무인기,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군사정찰위성, 핵잠수함 등 '9대 전략무기체계' 개발을 급속히 진행해 왔다.
핵무기 소형화와 경량화, 무인기·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고, 나머지 7대 분야는 실전 배치 직전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즉, 북한이 마치 7차 핵실험을 통해 '새로운 핵 무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대외협상력 재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北 7차 핵실험은 '韓 자체 핵무장' 기회이자 근거
7차 핵실험은 북한으로서는 세 가지 이유에서 고난도 고차 방정식이 될 수 있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근거가 될 수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할 수 있고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완전히 이격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이 큰 북한으로서는 중국 변수가 최대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북한은 결국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핵실험으로 중국과의 관계마저 무너지면 북한은 완전한 국제적 고립 상태에 처하게 된다"고 전망했다.◆한중 관계 관리해야 … "한중 정상회의 추진도 하나의 방법"
북한을 '북중러 삼각관계'에서 고립시키고 한반도 안보 상황을 한국의 국익에 더욱 적합하게끔 관리하려면 현재 대중 기조를 유지하되,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남북 간 '핵 균형'을 이루게 되므로 북한은 핵에 대한 우위를 잃게 된다"며 "그러면 북한과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 혹은 중단하면 북한은 생존이 어렵게 되므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중 관계를 좀 더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는 한국 정부만 잘해서는 해결할 수 없고, 주변 강대국과의 국제 외교가 북핵 문제의 해결법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 왔다.
조 장관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통해 새로운 협력 모멘텀이 생긴 만큼 중국을 더욱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주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해 온 점을 고려하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수교 75주년을 맞이한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는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과의 양자 간 고위급 교류가 확연히 줄었고, 무역 규모도 급감한 상태다.
중국은 2018년 다롄 북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과의 친교를 기념하기 위해 설치한 양 정상의 '발자국 동판'도 지난 5월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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