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남북한이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1민족 2국가론' 주장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로 불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나온 발언이다.
북한 김정은이 연초에 밝힌 대남 노선과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인데, 민주당에서는 지난 2월 해당 조항을 당 강령에 넣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상 영토 조항과 평화 통일 주장에 배치되는 반(反)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통일을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면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면서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접어두자.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또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시한 헌법 3조 영토조항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임 전 실장의 주장이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당시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의 대결 책동으로 북남(남북)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됐다"고 밝혔다. 김정일 시대부터 고착화된 대남 노선 '우리민족끼리'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추구 정책,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점, 대한민국과 국격이 맞지 않아 통일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맞춰 민주당에서도 지난 2월 유사한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출신 이연희 의원은 "강령 작업에 두 개의 국가라는 인식으로 대북 정책을 짜는 것도 논의되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3조와 4조는 통일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4조의 경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북한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을 개정해 영토 조항을 한반도 이남으로 현실화하면 유사시 우리가 통일의 명분을 쥐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3조는 특수한 의미를 가지는 조항이다. 대한민국을 유일 합법정부라는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하는 국가보안법과도 맞닿아 있다. 한마디로 국보법을 뒷받침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또 한반도 유사 상태 시 북한 영토를 점유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법조계의 해석이 있는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헌법상 영토 조항만을 꼭 집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결국 헌법을 북한에 유리하게 개정하고, 역사 자체를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꾸고, 주구장창 주장하던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이야기"라며 "현실성을 주장하며 합리적인 것으로 위장해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종북 근본을 전혀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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