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로 0.5%p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이다.
기존에 2%p 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과 미국간 금리 차도 최대 1.5%p로 줄어들었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의 통화정책 기조는 미국 국민의 최대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를 촉진하는 '이중의무'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연준은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목표인 2%를 훨씬 상회했으며 노동시장 상황은 매우 타이트했다"면서 "우리의 주요 초점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총공급과 수요간의 균형을 회복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인내심 있는 접근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에 훨씬 더 가까워졌으며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정은 정책기조를 재조정하면 완만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 목표의 추가 조정을 고려하며 들어오는 데이터를 신중하게 평가해 위험 균형의 전망을 발전시킬 것"이라면서도 "누구도 이것을 보고 '아 이게 새로운 속도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회의 때마다 신중하게 결정하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연준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에 0.5%p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 이후 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6월 예측지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 △2027년 말 2.9%(6월 예측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8년 이후의 장기 금리 전망은 6월의 2.8%에서 2.9%로 0.1%p 상향했다.
이와 함께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예상하면서 6월 발표한 2.1%에서 0.1%p 낮췄다.
아울러 연말 실업률은 4.4%로 예상해 6월 예측치(4.0%)보다 0.4%p 높였고,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6월 2.6%에서 2.3%로, 연말 '근원 PCE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6월 2.8%에서 2.6%로 각각 하향했다.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까지 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로 높인 뒤 8회 연속 동결하면서 이를 유지했다.
따라서 이번 금리 '빅컷' 결정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통화 정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마지막이었다.
아넥스자산관리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빅뱅으로 동결을 끝냈다"고 표현했다.
그는 "0.5%p 인하하고 연내 추가로 0.5%p를 인하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라며 "연준은 인하를 앞당김으로써 실업률이 4.4%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다가 소폭 하락 마감했고, 달러는 0.5% 떨어졌다. 간판 지수인 S&P500은 장중 한때 1%까지 뛰었다가 상승폭을 줄이며 결국 0.3%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0.53% 하락해 2023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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