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며 의혹의 실체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
검찰이 '전 사위 취업 특혜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 내역까지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전 사위 서모씨의 경제공동체 여부를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유의미한 내용이 확인되면 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檢,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계좌 들여다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최근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금융계좌 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아 자금 거래 흐름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후 일정한 수입원이 없던 딸 다혜씨 부부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다 당시 사위 서모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이후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서씨에 대한 월급과 주거비 등 타이이스타젯의 각종 물적 지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적 성격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채용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타이이스타 실소유자인 이 전 의원은 서씨가 채용되기 약 4개월 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다혜씨 가족은 태국으로 이주했다.
서씨는 2020년 초까지 태국에 머무르면서 매월 800만 원의 급여와 350만 원가량의 집세 등을 회사에서 받았고 다혜씨 가족은 한국을 오갈 때 이스타항공 여객기를 무료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문재인-딸부부 경제공동체 입증이 핵심"
법조계는 문 전 대통령과 서씨의 경제공동체 여부를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문 전 대통령 계좌 추적도 이를 규명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절차라고 분석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딸, 사위와의 경제공동체가 인정된다면 서씨가 받은 급여 등 이익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압수수색 및 거래내역 분석은 대가 관계와 경제공동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다시 영장을 받은 것 같다"고 짚었다.
◆검찰, '김정숙 샤넬 재킷' 의혹 당사자 줄소환
김 여사의 '샤넬 재킷 옷값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도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조아라)는 지난달 말 전해웅 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2021년 국립한글박물관과 협력해 개최한 특별전에서 문제의 재킷을 가장 먼저 전시했다.
검찰은 전 전 원장을 상대로 재킷을 전시하게 된 경위 등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여사는 2018년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한글이 새겨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재킷을 착용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고가의 재킷 착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김 여사는 해당 재킷을 샤넬에 반납했다고 해명했고 샤넬 측은 이를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샤넬 측이 기증한 재킷과 김 여사가 입었던 재킷 문양 등이 달랐다는 점이다. 이후 샤넬은 '박물관의 요청에 따라 별도 재킷을 제작해 기증했다'고 입장을 번복해 재킷 미반납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소연 변호사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면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법률 등에 저촉되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김 여사의 행보는 육영수 여사의 특활비 내역과 대조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6일 공개한 고(故) 육영수 여사 활동비에 따르면 육 여사는 매달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지급 받은 활동비를 어려운 국민을 돕거나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데 사용했다.
◆경찰도 수사 고삐…특수활동비 '김정숙 옷값'에 사용됐나
경찰도 김 여사 관련 사건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김 여사의 옷값을 지불한 사람이 김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 양모씨라는 증언도 확보한 상태다.
양씨는 2017년부터 5년 간 청와대 6급 행정직으로 근무하면서 김 여사의 의전을 담당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태국으로 이주한 다혜씨와 수천만원의 차명 거래를 한 의혹도 받는다.
앞서 김 여사가 옷값으로 치른 현금이 한국은행 '띠지'로 묶여있는 관봉권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은 더 심화했다. 관봉권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보낸 신권이다. 한국은행이 정부 부처나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할 때 쓰이는 지폐로 일반 시중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그의 옷값을 지불한 것으로 의심되는 양씨를 상대로 옷값으로 지급된 돈의 출처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혈세 예산 4억 편성된 '타지마할 출장' 수사도 속도
검찰은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등 해외 순방 관련 고발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김 여사의 2018년 11월 인도 방문 당시 주인도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관계자 A씨를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A씨는 당시 김 여사의 인도와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초부터 해당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과 과장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해당 부서는 김 여사 출장 당시 4억 원에 달하는 예비비를 편성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외교부 관계자 C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C씨는 당시 김 여사 출장과 관련 현지 일정을 협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논란은 김 여사가 2018년 11월 단독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하면서 불거졌다.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공식 방문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단독으로 타지마할을 재방문했다.
이후 뒤늦게 '셀프 초청'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22년 국정감사를 통해 '당초 인도 관광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는데 외교부가 김 여사의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외에도 김 여사의 '청와대 경호관 수영 강습 지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여사는 2018년 청와대에서 경호관에게 1년 이상 수영 강습을 받았다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국가공무원인 경호관에게 고유 직무가 아닌 개인 수영 강습을 맡긴 것이 위법 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
이 사건 고발장을 제출한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청와대가 김 여사의 놀이터 같은 곳으로 전락했던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년 동안 검찰 수사 지연"…"선택적 속도 조절" 지적도
검찰이 지난 2년 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질질 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이제야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일반 범죄들과 문 전 대통령 사건을 비교해보면 2년 동안 수사 성과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수사 지연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속도를 조절하니 정치 검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2022년 문 전 대통령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한 사건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조사나 사건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씨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이 이씨 사망 전에 서면 보고를 받았음에도 즉시 북한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하며 문 전 대통령 등을 형사고소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매번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사를 조율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검찰의 수사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고 권력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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