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 이후 민주당 상‧하원의원 과반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원로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거리두기'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의 원로로서 중립성을 지키려는 신중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 "(바이든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동시에 소중한 친구이자 협력자"라며 "그는 최고의 애국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미국 국민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한 진정한 공직자의 역사적인 사례"라며 "미래 세대의 지도자가 잘 따라야 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우린 앞으로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게 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뛰어난 후보를 배출하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엄청난 신뢰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후보로 지지를 표명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이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으로 8년간 일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 성명에서 해리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를 두고 오바마가 타고난 신중함을 가진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첫 번째 이유를 들었다.
실제 오바마는 4년 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바이든에게 밀려 탈락하기 전까지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바이든을 대놓고 지지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위해 8년간 부통령으로 일해준 19년 연상의 정치 동료를 지지했을 테지만,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개인적 감정보다는 공정한 원로의 자격을 우선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나는 저울을 내 손으로 움켜쥐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thumb the scale)"고 답했다.
오바마가 같은 인종이면서 성별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해리스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NYT는 해리스를 그런 관점에서 너무 일찍 지지하게 되면 그것도 큰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리스가 민주당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지명을 받게 되면 정작 '최선의 합의가 아닌 자기들끼리의 대관식'으로 비칠 수 있어 지지층이 이탈하거나 무당층에 거부감을 주는 등 오히려 본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맥없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마마 전 대통령 측근 역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내 계략보다 공정한 원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너무 많은 것을 읽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해리스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다른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측근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이 후보가 지명되면 신속하게 당을 통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사퇴 재연 '트라우마', 미셸 오바마 '등판' 등 설만 무성다른 한편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말도 나온다. 2016년 경선 당시 민주당 인사들에게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의 출마를 만류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에게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밀려나게 된 경험은 오바마로 인해 민주당 후보에서 밀려난 두 번째 '트라우마'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에 대해 성명을 냈을 때도 그의 결정과 업적에 대한 찬사에 집중했고, 교체 후보 등 타인에 대한 언급은 피하려고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현실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당장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차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셸 오바마 여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의 대안 후보로 오바마 여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거론됐다. 2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여사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압도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안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근거가 됐던 조사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에서 나온 이후에도 꾸준히 저서 집필 등을 통해 미국인들과 소통하며 변함없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여사가 대선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수차례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WSJ는 "현재 민주당의 과제는 새로운 후보 주변으로 뭉칠 것인가이고, 이미 빌과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결집했다"며 "아직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합류하지 않았지만, 그는 민주당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엄청난 확신을 가진 듯하다"고 썼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23/20240723003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