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제명 이유가 일부 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려진 부분에는 정 의원이 과거 직접 사과한 아들 성희롱·학폭 문제가 기재됐는데, 국회는 이를 '증명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라며 가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정청래 의원의 막말, 군 모독, 품위 및 국격 훼손 등에 대한 국회의원 정청래 제명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전 현재 약 2만7000여 명이 동의해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 명의 절반을 채운 상태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을 통해 정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며 4가지 이유를 꼽았다. 1에서 3번은 '온갖 막말로 사회적 논란 유발 및 국회의원으로서 품격 상실',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자격 상실', '군(軍) 모독'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4가지 이유 중 '4번 이유'는 내용을 볼 수 없게 블라인드 처리됐다.
이날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4번 이유'에는 정 의원 아들 A군의 과거 성희롱과 학교 폭력 내용이 담겼다. 제목은 '아들 성추행 및 학교 폭력 은폐 의혹'이다.
청원인은 "2015년 정 의원의 아들은 중학교 1학년 때 동년배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이와 같은 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7년 9월이다. 전직 국회의원 아버지의 권력으로 감춰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7년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이라고 올리면서 '문제의 행동'이라고 대충 얼버무렸다"며 "당시 언론보도에도 고도의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A군이 2015년 중학생으로 재학하던 시절 같은 학교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SNS 메시지를 통해 '가슴을 만지고 싶다'고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군에게 '강제 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촉법소년이던 A군은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는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A군은 강제 전학 처분은 받지 않아 피해자와 수년 간 같은 학교를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은 2년 후인 2017년 9월에서야 해당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는 "피해 학생과 학부모님, 학교 측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피해 학생과 부모는 취하를 원하며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아이의 처벌 회피를 위한 그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총선에서도 회자됐다. 서울 마포을 후보들이 맞붙은 TV 토론회에서 당시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는 이 사건을 언급했다. 이에 정 의원은 "저희 아이에게 그런 일이 있었고 제가 사과를 드린 바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회 측은 청원 공개 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증명되지 않은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청원 내용에 증명되지 않은 허위 사실로 특정인의 명예훼손이 있을 수 있으면 그 내용은 가림 처리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허위 사실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적시된 윤 대통령 탄핵 청원에는 왜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인정하고 재판까지 받은 내용도 허위 사실이라며 가려버리는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같은 원칙이라면 대통령 부부가 거론되고 허위 사실로 가득 찬 탄핵 사유는 왜 방치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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