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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오물’이 매달린 대남 풍선을 띄워 보내는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국 곳곳에서 차량이 파손되는 등 재산 피해가 있었다. 북한 정권이 주장한 오물 풍선 살포의 배경은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였다.
대북 전단은 언뜻 보기엔 평범하다. 우리 국민 누구나 아는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대한민국 등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진실된 모습이 주로 담겨 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은 이에 대해 인간의 선을 넘은 오물 풍선 등을 통해 매우 과잉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전단은 대체 어떤 ‘힘’이 있기에 북한을 저토록 오금 저리게 만드는 것일까. 스카이데일리는 다년간 묵묵히 대북 전단 활동을 펼쳐 온 탈북인 단체 ‘세계탈북여성지원연합’의 김희연 회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해답을 들어 봤다.
“반(反)사회주의로 바뀌는 이때가 대북 전단 적기”
“정부·정치권·국민이 공포에 떨지 말고 태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이것이 바로 북한에 주는 위협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포성 없는 포탄이 되어 그들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 회장은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된 탈북 여성이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본업인 사업가로 활동하는 바쁜 와중에도 세계탈북여성지원연합을 운영하면서 탈북 여성 등의 인권 증진과 남북통일을 위해 헌신 중이다.
“세계탈북여성지원연합은 세계에 곳곳에 흩어져 홀로 어렵게 살고 있는 탈북인 한부모 가정·미혼모 가정·독거노인·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남과 북 두 곳을 경험한 증인으로서 남·북한 간 사회·문화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알아가도록 하는 사회문화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죠. 지역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사업 및 북한 인권과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여러 사업도 끊임없이 진행하는 단체입니다.”
세계탈북여성지원연합이 다른 탈북인 단체와 대북 전단 활동을 전개한다는 건 탈북인 사회·정치권 등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혹여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전단 살포 반대 측에 의해 활동에 제약이 걸리진 않을까 질문 내용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마치 항변이라도 하듯 비교적 상세히 단체 활동에 대해 설명해 줬다.
“저는 북한 인권 활동과 여러 봉사 활동에 대한 선배 (탈북인 단체) 대표님들의 생각과 입장이 (저와) 다르더라도 그것이 진정하고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협조하고 동참하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늘 겸손한 자세로 임하려는 결의로 충만해 있어요. 하여 ‘겨레얼통일연대’ 장세율 대표님께서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대북 전단 사업이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하는 북한 주민의 해방을 위한 사업임을 알기에 몇 년을 저의 노력이나마 보탬하고 있어요.”
“대북 전단은 솔직히 여러모로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고 또 이를 반대하는 세력의 눈치를 보며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주 은밀하게 진행하고 전단의 살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북한과 거의 맞닿은 접경 지역을 택해 보내고 있습니다.
전단의 내용은 매번 다르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독제 체제에서 세뇌되어 알지 못하는 북한의 실상이 담겨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인권·권리·생활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 도발을 위한 핵무기 개발 등에만 매달린다는 것도 들어가죠. 북한의 신세대 즉 ‘장마당 세대’의 의식 개선을 위해 준비한 여러 가지 내용물이 담긴 USB나 세계적 인권 운동가들의 북한 해방을 위한 메시지 등도 포함됩니다.”
남북 평화를 주장하는 대다수 시민단체와 휴전선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 상당수가 대북 전단을 반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대북 전단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북 전단이 살포되면 그것을 접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요. 경제적 궁핍은 정신적 고난으로이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현재 북한 상황을 보면 주민들이 억압받고 자유를 박탈당하고 거기에 생활고를 겪는 불행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만이 커지기 마련이에요. 그들의 정신이 반(反)사회주의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이때 대북 전단의 효력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봅니다.”
“北의 내부 와해 작전에 농락당하지 말아야”
더불어민주당은 대북 전단 반대에 늘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깊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행위는) 대북 전단이 그만큼 북한(정권)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생각해요. (오물 풍선은)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전쟁 위험성을 느끼는 남한 국민과 탈북인, (전단 살포) 지역 주민과 탈북인을 이간질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 내부에는 물론 전 세계에도 빈 깡통 소리 요란하듯이 실속도 없는 자기들(북한 정권) 목소리를 한번쯤은 떠들어 보려는 보여 주기식 심리작전이라고도 봅니다.”
“지금 야당은 아무 효과도 없는 북한의 (오물 풍선 등) 도발 앞에 남북 관계 긴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그들(북한 정권)이 바라는 대로 전단 살포 제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음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70여 년 분단된 남과 북 간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긴장 상태가 없었던 적이 있나요?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늘 남한의 당연한 것(대응)에도 발끈하고 꼬투리 잡고 협박하고 음해해 왔던 게 북한 정권입니다. (북한 정권의) 대남 도발과 심리전 앞에 우리 정부와 국민은 혼선을 빚지 말고 명확한 판단과 냉철한 결단으로 내부 와해 작전에 농락당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김 회장은 자신이 과거 겪었던 고초를 토로하면서 야권의 태도 전향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정부 때는 사전에 어떠한 통보나 영장도 없이 장세율 대표님이 운영하는 수도권 모처 펜션까지 특수경찰을 동원해 가택수색을 강행한 바 있어요. 전단을 보내는 지역 주민들에게 신고 체계를 세워 주민들 신고에 따라 전단 살포 현장에 와서 방해하고 중단시키기도 해서 어떤 때는 여러 곳을 이동하며 온 밤을 보내기도 했죠. 그때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 오고 공포심을 느끼게 됩니다. 대북 전단 살포가 과연 한개인을 위한 일인가요?”
“자녀와도 생이별… 성범죄에도 노출”
김 회장에 따르면 근래 압록강·두만강을 넘는 탈북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천우신조로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중국 등지에서의 아픈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탈북 여성이 적지 않다. 그간 많은 탈북 여성을 지켜보고 도와 온 김 회장은 정치권이 탈북 여성 인권 증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북한에서 직접 탈북하는 탈북인들은 드물어요.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은 여러 SNS 활동 내역이 모두 노출되고 위치까지 추적당하고 있으며 계속 중국 공안(경찰)에 신고당해 잡히거나 북송될 위기 앞에서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해요.
한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들은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한 것이 하나도 없는 우리를 국민으로 받아 준 것에 대한 감사함과 스스로 자유를 찾았다는 자긍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회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행복도 마음속에 묻어 두고 살아가는 탈북 여성이 더 많아요.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로 인해 중국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그렇게 낳은 자녀들과의 이별이나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왔지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미혼모들의 애로는 심각합니다.
또한 북한에서의 고문·막노동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으로 (진통제 등) 약 없이는 살지 못하고 고통으로 밤을 지새는 탈북 여성이 많습니다. 권력·재력을 가진 상대의 성추행으로 인한 말 못 할 사연들로 인생을 포기하고 가슴 치며 살아가는 탈북 여성도 있어요.
바람은 단 한가지입니다. 중국에서 (중국인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 대한 특별 혜택, 병명도 알 수 없는 채로 시름시름 앓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의료 혜택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또 홀로 어렵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법과 사회를 잘 모르는 약자인 탈북 여성이 당하는 아픔과 피해를 해소하고 그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정의롭고 공정한 법률 또한 발의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