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5월과 8월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잇따라 실패했을 때와는 달리, 지난 27일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소식을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정찰위성 보유 정당화'에 나섰다.
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실패한 다음 날인 전날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한 연설에서 "어제(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국가의 방위력 건설 목표에 따라 예정대로 또 한 차례 정찰위성발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발사는 1계단 발동기(엔진)의 비정상으로 인한 자폭 체계에 의해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정찰위성 보유가 "자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자 "국가 주권과 정당방위를 위한 필수 불가결의 선결적 과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찰위성 발사가 목표했던 결실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동무들, 우리는 실패에 겁을 먹고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분발하게 될 것"이며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크게 발전하는 법"이라고 관계자들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은 이날 국방과학원 연설에서 우리 군이 북한의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예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펼친 무력 시위를 "좌시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도발" "분명 범연히 좌시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도발 행위" "격노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국권 침해 행위" "용서 못 할 불장난"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한국 괴뢰들은 정찰위성 발사를 놓고 그 무슨 도발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저들의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이라고 지껄이면서 공격 편대 군 비행 및 타격 훈련이라는 것을 벌여놓았다"며 "우리의 당당하고 정당한 주권적 권리 행사에 광기적인 무력 시위로 섣부른 대응을 택한 한국 군부 깡패들의 망동에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단호한 행동으로써 자위권의 행사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수호를 위한 군사적 보복력을 가동시키는 것은 우리의 헌법과 기타 법들이 승인한 공화국 무장력의 제일가는 사명"이라며 "적대 세력들이 무력을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우리의 전쟁 의지와 능력을 압도적인 것으로 영구화해 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김정은의 이번 국방과학원 '축하 방문'과 장문 연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정찰위성 보유와 발사를 대내외에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1시간30여 분 뒤인 전날 새벽 0시22분쯤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에 탑재해 발사를 단행했지만 1계단 비행 중 공중 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 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 산화제로 적연질산 또는 사산화이질소를 쓰는 군사 목적의 '백두산 엔진'이 아닌,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사용하는 과학 목적의 새 엔진을 개발·적용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액체산소-케로신 연료는 러시아가 최강국으로, 우리의 나로호와 누리호도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채택한 바 있다"며 "액체산소가 저온추진제이니, 상온추진제(UDMH와 N2O4)를 쓰는 천리마와 완전히 다르고, ICBM 개발용이라는 비난도 피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액체산소 산화제와 케로신 연료를 각각 산화제와 연료 탱크에 주입하는 데는 1시간 이상 소요돼 우주 감시 위성에 쉽게 노출되므로 탄도 미사일에는 극저온 추진체를 사용한 전례가 없다"며 "(러시아의 로켓 제공이) 추후 문제가 될 경우 러시아로서는 한국에도 기제공된 로켓임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위성용 우주 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원리가 같으므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성패와 무관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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