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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게 의사냐"…병원 떠난 의사들에 분통 터진 환자들

뉴데일리

"왜 우리가 고통 받아야 하나. 환자를 낫게 해줘야 할 의사가 병원을 떠나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직업의식이라는 게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진료 지연과 무기한 수술 연기 등 의료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부담하는 상황이다.

‘의료 파업’ 2일차를 맞은 21일 뉴데일리 취재진이 방문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곳곳에서도 불안과 분통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시간 넘게 대기하다 발길을 돌린 한 50대 남성은 "도저히 차례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설마 진료에 지장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병원에) 왔는데 의사들이 없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남성 외에도 1시간을 넘게 기다린 환자들 다수가 눈에 띄었다. 진료 대기 시간은 평균 50분으로 안내돼 있었다.

이날 산부인과에 진료를 보러 온 산모 A(38)씨는 "노산에 초산으로, 고위험 산모로 분류돼 출산 수술이 임박했다"며 "난임클리닉에서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젠 의료대란 때문에 수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직 수술 지연 연락은 안 받았지만 주변에서 수술 날짜가 바뀐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산모 B(35)씨는 "임신 초기 상태로 초음파 등 검사를 받는 데만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평소보다 대기 중인 환자가 좀 더 많은 느낌"이라고 했다.

자궁 근종으로 인해 진료를 받으러 온 산모 40대 C씨는 "의료대란이 걱정돼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왔다"며 "다행이 진료를 보고 예약을 잡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서울 내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중 유일하게 전공의 모집에서 전공의 TO를 채우지 못한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어린이병동에서 만난 보호자 D(36)씨는 진료 지연이 너무 길어지자 간호사한테 불만을 호소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D씨는 "진료 지연이 워낙 익숙하지만 오늘은 유독 환자가 더 많은 느낌"이라며 "1시간 넘게 대기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기 의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보호자 E씨도 "아이를 데리고 평소 가까운 병원을 다니다 세브란스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에 병원을 바꿨다"며 "하지만 의료파업 시기와 맞물려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친 아이가 보채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당황스럽다"고도 했다.

고위험 중증환자가 다수 모인 뇌신경·뇌졸중 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환자들도 가득했다. 해당 센터 벽면엔 2월 휴진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었는데, 이번 주를 기점으로 다수의 전공의들이 휴진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대기실의 대형TV에서 의료파업 뉴스를 시청하던 50대 F씨도 "오늘 아버지가 뇌졸중 증상이 있어 진료를 위해 동행했다"며 "뉴스를 보니 정말 불안하다. 오늘만 벌써 1시간 30분째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가 고령이고 위중증 환자다 보니 치료가 늦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크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본인이 희귀난치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말해준 한 60대 환자는 "하루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야하는데 예약 일정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고민 중"이라며 "대형병원이라 원래도 예약이 어려운데 의료파업때문에 유독 더 잡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수원에서 한참 왔는데 교통시간 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길다"며 "의사들 파업으로 환자들이 왜 고통 받아야 하는지 억울하다"고 성토했다.

한편 지난 20일부터 서울에선 '빅5' 병원에서만 1000여명의 전공의가 집단 사직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환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2/21/20240221004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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