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줄곧 존폐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번에는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야심차게 출범한 공수처의 존폐 여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그간 6차례나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군 2명을 확정하지 못했다.
후임자 인선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지난 20일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빈손으로 퇴장했다.
그리고 직무대행을 맡은 여운국 차장의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다. 여 차장의 임기가 끝나면 김선규 수사1부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공수처가 지난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직접 공소제기한 사건은 단 3건 뿐이다.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5차례 청구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초대 처장이 빈손으로 떠난 만큼 남은 수사와 과제는 산더미다.
남은 수사 산더미…"수사 동력 잃을 수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장 공백 장기화로 수사는 물론 공수처 조직 자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장 공백이 수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닥쳐 봐야 알 듯하다"면서도 "대행 체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업무나 범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시점에 고발을 접수해 새로 수사를 착수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공수처가 긴 시간 이끌어 온 주요 사건의 수사 동력도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인력 이탈 우려…법조계 "공수처 존폐 여부 고민할 시기"
김진욱 처장은 퇴임 일성으로 "후임 처장과 검사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공수처로는 성과를 내기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인력 부족 문제는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공수처법상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이다.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행정업무까지 맡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국회 등에 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나 검사들의 잦은 이탈에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장 공백 사태가 공수처 추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변호사는 지난 10일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공수처는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선택과 집중이 결국 정치적 논란에 서게 되는 만큼 이를 해결할 수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수처 출신의 한 법조인은 "직무대행 체제에 기존 수사 진행에 반드시 한계가 올 것"이라며 "이는 공수처 구성원들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인력 부족으로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라고 항변하지만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기능을 상실한 공수처를 지속시키는 게 맞는 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고발장을 접수한지 약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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