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총선 출마 방식을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당 당대표가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당선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18일 통화에서 "이 대표가 어떤 방법으로 출마를 할지는 누구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당대표의 출마 방식은 당 전체의 전략과도 닿아있는 만큼 신중하고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현재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그대로 출마하며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55.24%의 득표율을 보이며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4.75%)에 10.49%p 차로 이겼다. 21대 총선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9.93%p로 이겼던 것에 비추면 격차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계양을을 고수할 경우 여권에서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원 전 장관과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지고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당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전무하다.
지역구에 도전했던 당대표도 손학규 전 대표와 박상천 전 대표 뿐이다. 손 전 대표는 18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당시 경쟁자인 박진 전 외교부장관에게 3.67%p 차로 졌다. 통합민주당도 81석을 얻는데 그치며, 여당인 한나라당(152석)에 과반 의석을 내줬다. 손 전 대표와 공동대표였던 박상천 전 대표는 당의 텃밭인 전남 고흥군·보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야 합의에 따른 선거제 변동 결과에 따라 이 대표는 비례대표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역대 민주당 당대표가 총선에서 가장 많이 택한 길도 비례대표다.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 용이하고, 실패 사례도 드물다.
먼저 헌법이 바뀌고 처음으로 치러졌던 13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뿌리로 불리는 평화민주당은 '박영숙 비대위'로 총선을 치렀다. 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 한달 전 직을 내려 놨다. 이 선거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비례 1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례 11번을 받았다.
박영숙 비대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 모두 당선됐고 평화민주당은 호남을 석권하고 지역구와 비례에서 70석을 획득하며 제3당으로 올라섰다.
민주당은 1992년 14대 총선에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로 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기택 전 의원은 각각 비례 1, 2번을 받았다. 두 대표는 모두 당선됐고, 민주당은 97석으로 제1야당이 됐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례 14번을 받고 선거를 치렀다. 당시 비례 14번이 당선권에 들려면 26.1%(550만표) 이상을 득표해야 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79석을 얻어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새정치국민회의는 25.3%를 득표해 비례 순위 13번까지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한명숙 체제' 민주통합당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비례 15번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는 당선됐지만,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152석)을 내줬다.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꾼 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진행됬던 20대 총선에서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비례 2번을 받아 당선됐다. 민주당은 123석을 얻었다.
당대표가 선거에 불출마한 사례도 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에 힘입어 152석을 얻어 과반을 확보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을 이끈 정동영 의장은 불출마 후 전국 선거 유세를 다녔다.
21대 총선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다. 그는 공천부터 총선 전반을 제어하며 더불어민주당은 180석 승리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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