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여파로 김기현 대표가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김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을 시 여권 총선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당내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을 언급하며 역할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기현 사퇴하면 직무대행·비대위 갈림길
김기현 대표는 13일에도 일정을 비우며 서울 모처에서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총선 불출마 또는 대표직 사퇴 후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출마 중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김 대표는 전날 밤늦게까지 서울 성동구 자택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하는 대신, 당 대표직을 유지하며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당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
당내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총선을 이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윤재옥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은 선대위가 아닌 지도부가 갖는다. 김기현 대표만 떠난 채 최고위를 유지하면 혁신 의지 자체가 퇴색될 수도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의결권이 최고위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김기현이라는 간판은 바뀌어도 내부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당 대표의 궐위 또는 기타의 사유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할 때는 2년인 당 대표 잔여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가 직을 승계한다.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지난 3월8일 당선된 김기현 대표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지만,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당대회를 치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나 최고위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할 경우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도체제 변화로 혁신 의지 강조할듯
당내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분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한동훈·원희룡 장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중 이른바 '스타 장관'인 한동훈·원희룡 장관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 가는 방향으로 굳어졌을 때도 원희룡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계양을 등 험지 출마, 한동훈 장관은 비례대표 순번을 받은 후 전국 선거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당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바 있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 특검법·대장동)을 처리하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비대위 카드가 모든 이슈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변화하면 (비대위원 선임 등) 보름 정도 시간을 허비해 물리적으로 혼란이 오지 않겠냐는 해석이 있는데, 반대로 비대위를 띄우면서 보름 정도의 뉴스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다"며 "비대위로 가면 국민의힘이 연말 연초에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원희룡 비대위에 대해서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처럼 국민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재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비대위로 간다면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분, 예를 들면 인요한 전 위원장 같은 분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인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팀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당 입장에서는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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