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 42일 만에 해산… 지도부·중진에 막혀 '빈손 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가 조기에 활동을 종료한다.

지도부·중진·친윤 인사 등 '당내 주류 희생'을 두고 김 대표와 충돌했는데 결국 출범 42일 만에 빈손 혁신위로 마무리 짓게 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활동을) 마무리한다"며 "월요일(오는 11일)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종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위원들에게 제일 고맙다. 정말 열심히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우리는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대표가 야심 차게 띄운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10월26일 출범해 당초 오는 24일까지 총 60일간 활동할 계획이었다. 1호 혁신안인 당내 징계자 대사면을 지도부가 수용하면서 '빈손 혁신위'라는 비판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을 향해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하면서 김기현 대표와 충돌했고, 인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하자 혁신위 주장에 힘이 빠졌다.

김 대표가 혁신위 출범 당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총 6호의 혁신안 중 대사면과 현역 하위 20% 공천 배제만 받아들여졌다. 혁신위가 오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주류 희생' 등 혁신안을 종합해 보고할 예정이지만, 지도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단행해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전권 부여를 약속했던 김 대표를 지적했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어려웠던 당이지만, (혁신위가) 국민 기대 속에서 시작했다"며 "아직 혁신위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도 당이 혁신안을 수용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기 해산 이견에 관한 질문에는 "혁신위가 할 일은 다 했다"며 "조기 해산이라는 표현보다는 활동 종료로 표현해달라"고 답했다.

정 혁신위원은 "(전날 회동에서 김기현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라든가 여러 절차를 통해 녹여내겠다고 분명하게 말했고, 언론에 직접적으로 공표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며 "절차가 있고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도 많은 부분을 수용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공관위에 혁신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혁신위원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안건으로 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조기에 활동을 종료하자 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가) 한 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며 "그래도 우리 당 변혁의 방향을 제기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