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경기 안성 칠장사 화재현장에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수사당국은 최근까지도 강한 포교 의지를 보인 자승스님의 타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국정원은 30일 "자승스님이 불교계 유력인사이고 사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 및 안보 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경찰에 문의 바란다"고 밝혔다.
자승스님은 지난 2002년, 2010년,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남북 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의 거처)에 머물던 자승스님은 29일 오후 6시50분쯤 발생한 불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내에 있던 신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으로 불은 약 3시간 뒤인 오후 9시48분쯤 꺼졌다.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을 향해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 "(경찰은)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고 적힌 메모 등이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부검을 의뢰하고 CCTV를 분석하는 등 방화나 방화에 의한 살해, 제3자가 개입해 사고로 위장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승스님의 사망 원인과 과정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수사당국은 자승스님이 남긴 유서가 그가 직접 작성하지 않았거나 위력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특히 통신기록을 확인하고 화재 직전 그와 함께했던 스님들을 조사함으로써 그의 사망 전 행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며 자승스님이 스스로 분신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자승스님은 사망 이틀 전인 지난 27일 불교계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다음 순례 계획에 관한 질문에 "이제 걷기 수행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주관하는 순례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전법기금으로 결집된 후원 금액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대학생 포교에 전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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