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역시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서 성과 없이 폐회했다.
유엔 안보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약 2시간가량 공개회의를 진행했으나, 비토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입장에 따라 대북 규탄 성명 발표나 결의안 채택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이날 보고에 나선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의 칼레드 키아리 중동·아시아·태평양 사무차장은 "북한은 2021년에 발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다"며 "군사 정찰위성 개발은 소위 전술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이 같은 계획의 일부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아리 사무차장은 "안보리 결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건 없는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회의에서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북한은 그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제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는 더이상 역내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 결의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황 대사는 북한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과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로 ICBM 기술 발전분 아니라 정찰 역량까지 신장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더 이상 좌시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김 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느냐"고 강변했다.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거부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고 비꼬았다.
특히 김 대사는 최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필두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같은 미국의 위협이 없었다면 북한도 정찰위성이 아닌 통신 위성 등 민간용 위성부터 발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핵무기 위협 때문에 북한은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옹호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어떤 국가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자위권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두둔했다. 그는 오히려 현재의 유엔 제재를 완화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우리나라가 이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정찰위성 1호기 발사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서방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미일 3국 정부의 협력 강화를 비난했다.
이에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2개의 상임이사국이 북한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안보리의 대처에 함께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일본의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대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선 안보리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날 안보리는 북한의 1차,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5월27일 미국 주도로 열린 유엔 안보리 새 대북 결의안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한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은 상정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에 필요한 행동과 책임을 갖는 유엔 최상위 기구인 안보리에 대한 무용론이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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