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바로 다음 날 러시아 군용기가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항공 추적 사이트 '레이더 박스'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 소속 일류신(II)-62M은 22일 낮 12시19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12시30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평양으로 향한 이유와 탑승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21일 밤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한 직후라는 점에서 북한의 위성 운용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과 불법적인 무기 거래도 불사하는 러시아가 정찰위성 발사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게시했다. 보고서에는 북한이 이 시점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이유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러시아의 도움에 따른 직접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지난 9월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원하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 바 있다"며 "회담 이전 두 차례 위성 발사 실패는 러시아 지원 여부에 따른 강력한 인과 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사가 러시아의 기술 이전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북한은 아마도 한국의 독자 위성 발사에 앞서 정찰위성 성공을 발표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에 대한 경쟁심리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엿새 전에 첫 위성 발사에 나선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함으로써 식량과 연료 지원뿐만 아니라 군사 위성 기술과 핵 추진 잠수함 및 탄도 미사일과 같은 다른 첨단 기술도 제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이 21일 위성 발사 현장에서 기술자 100여명과 함께 찍은 사진에 서양인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러시아 지원 인력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위성을 전문으로 하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뎀시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도 RFA에 "북한이 위성 이미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정찰위성 능력이) 저해상도라도 여전히 군사적 유용성을 가질 수 있고, 북한이 전에 갖지 못했던 초기의 독립적인 전략 정찰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이 불법으로 군사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는 서방의 지속적인 주장에는 증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10시43분쯤 '천리마 1형' 발사체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해 발사했다. 이어 지난 22일 오전에는 '만리경 1호'가 태평양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군기지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과장된 평가로 김정은이 굉장히 기뻐한 나머지 좀 오버한 것 같다"고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1/23/20231123000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