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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핵직구] 조강지처(강효성 전 의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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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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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참 오랜만에 듣는 용어다. 연세 드신 분들에겐 익숙하지만, 요즘 젊은세대들에겐 생소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북에 이 '조강지처'를 언급했다. 페북의 첫머리가 "조강지처 버리고 잘되는 놈 못 봤다"라고 시작한다. 홍 시장의 이날 페북은 자신을 비판한 모 변호사를 가리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는 오래전 같은 법조인이던 첫 부인과 이혼하고 재혼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조강지처(糟糠之妻)란 한자의 뜻처럼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몹시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고생한 아내를 말한다. 당연히 처음 혼인한 본처(本妻)를 일컫는다. 출처는 중국 후한서(後漢書)의 송홍전인데, 송홍은 후한의 광무제를 섬긴 강직한 관료였다. 어느 날 광무제가 송홍에게 물었다. "속담에, 귀해지면 사귐을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그것이 인지상정이겠지?" 그러자 송홍은 이렇게 답했다 "아닙니다. 신(臣)은 가난하고 비천한 때에 사귄 벗은 잊으면 안 되고,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쫓아내면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糟糠之妻 不下堂)" 바로 이 대목에서 조강지처가 유래한다는 것이다.

요즘 포털사이트에서 이 '조강지처'를 검색하면 또 하나의 케이스가 나온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다.

이혼소송의 1심 재판에서 사실상 패배한 노 관장이 지난 9일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직접 출석,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최 회장은 사흘 뒤인 12일 노 관장을 향해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으려 일방적인 입장을 얘기해 논란을 일으킨다"고 반박했다. 또 노 관장이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최 회장은 "혼인관계는 새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 나 있었고, 십수 년 동안 형식적인 부부였다"고 맞받았다. 쉬쉬하던 이혼소송이 항소심에 와서는 공개적인 이전투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관련된 뉴스의 댓글을 보면 여론은 분분하다. '장인 때문에 지금의 SK가 있었거늘' '간통죄 부활시켜라'에서부터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 외 아무도 알 수 없다' '시작부터 잘못된 악연 이번에 끊어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찌 되었건, 최근 국내외적으로 충격적인 나쁜 뉴스들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사회 지도층이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요즘 이혼율이 높아가는 세태를 감안하면 '조강지처와 헤어져선 안 된다'고 말할 경우 자칫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래도 법률적인 부인이 존재하는데도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와 공개적인 행사에 버젓이 손잡고 나타난 최 회장의 행동을 잘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 행사도 개인 행사가 아니라 대한상의가 주최한 공적인 국제행사라 하지 않았나. 최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결국 쉽게 요약하면 '평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평판이 좋아야 지속가능한 기업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조강지처'와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가급적 쌍방이 잘 타협해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SK그룹의 '오너리스크'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불경기에 고통받는 국민들에게도 가정불화 대신 '엑스포 유치 성공' 같은 굿 뉴스를 선사하는 것이 진정한'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영남일보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11140100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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