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아버지', '국가건설 기획자'로 불리는 신동식 한국해사기술(KOMAC) 회장이 윤석열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신산업으로 이산화탄소(CO2)를 활용하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산업을 제시했다. 1960년대의 조선업처럼 CCUS 산업이 오늘날 한국경제를 이끌 신산업이라는 의미에서다.
1932년생으로 올해 91세의 신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서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PACT, 이사장 나경원)이 개최한 조찬 포럼 강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가 통치권자로서 기후변화 대응과 신산업 창출 방안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과 함께 군부정권에서 전문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 시대를 개척했다. 한국전쟁을 학도병으로 직접 겪은 그는 1961년 고국의 부름을 받고 영국에서 돌아와 '자유(정치)'와 '배부름(경제)'을 현대국가 이념으로 제시했다. 또한 과학기술 개발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꼽고 '한국과학민주사회 미래상(The Vision of Korean Techno-Cracy)'을 그렸다.
신 회장은 "제가 선진국에서 선진 조선기술과 학문을 익히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에 한 일은 작업복을 입은 채 낫을 들고 대한조선공사 현장에서 잡초를 깎는 것이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이 1960년대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기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횟집에서 도미회와 광어회를 먹으면 '일본에 수출할 비싼 생선을 먹는다'며 경찰에 잡혀가던 당시에는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가발을 수출하는 게 고작이었다"면서 "극복 불가능한 빈곤 속에서 철강·석유화학·기계·전자·통신 등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기계산업인 조선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조차도 우스꽝스러운,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나 1차 산업에 의존해선 한국은 영원히 빈곤을 탈피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선업이 기관차 역할을 하면 한국 제조업과 기술을 진작해 수백 개의 관련 산업을 유발하는 동기가 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막연한 망상으로 모험적인 '역발상'(逆發想)을 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러한 역발상이 실현될 수 있었던 비결로 박정희 대통령의 강한 의지, 남궁연(극동)·정주영(현대)·이병철(삼성) 회장의 조선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헌신적인 조선 기술인들의 노력, 정부의 실현 가능한 종합적인 계획과 차질 없는 집행을 꼽았다.
신 회장은 글로벌 석유회수증진(EOR) 시장에서의 이산화탄소 수요가 1560억 톤을 돌파했다는 석유엔지니어학회(Society of Petroluem Engineers)의 추산치를 공유하며 "폐유전을 가진 거대 석유재벌들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구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제 포집한 이산화탄소 450만톤을 폐유전에 주입했더니 1억5500만 배럴의 기름이 더 나왔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1톤당 증산되는 기름은 평균 5배럴인데, 이산화탄소 1톤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100달러"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총량은 2021년 기준으로 6억8000만 톤인데 2030년까지 40%를 절감한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약 2억8000만톤을 절감해야 한다"면서 포스코·현대제철·삼성전자 등 국내 10대 이산화탄소 배출 민간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1억8000만톤, 100MW급 초대형 석탄발전소 15기의 연간 배출량 1억톤을 절감하면 2030 NDC 절감 목표량인 2억8000만톤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 350억 달러로 추산되는 이산화탄소 포집시설 구축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호소했다.
신 회장은 이산화탄소 2억8000만톤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선박 280척을 건조(총 280억 달러 규모)하면 국내 조선업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산유국들이나 석유재벌들에게 EOR 또는 저장용으로 운송, 판매하면 20년간 올릴 수 있는 매출액이 3360억 달러에 달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국가통치권자로서 차원 높은 외교력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조찬 포럼을 개최한 PACT는 인구·기후문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할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인 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성철 카이스트(KAIST) 전 총장이 각각 인구위원장, 기후위원장, 과학기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온 그 기적의 역사를 반추했을 때,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더 부강한 국가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산업적 부담을 극복한 강력한 기술력과 경영 역량을 통한 녹색경제, 신재생, 그린 수소 등 녹색 에너지로 탈탄소 문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일표, 김종석, 정양석, 김현아, 최교일, 정태옥, 박종희 전 새누리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가람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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