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송현공원(열린송현녹지광장)'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에 따르면, 오 시장은 9일 낮 12시 서울시청을 찾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후보지를) 결정해주신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송병두 이승만기념관 부지선정위원장을 비롯해 이인호 서울대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이영일 대힌민국역사와미래 고문,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복거일 소설가,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추진위원들과 오찬 이후 시장실에서 직접 '송현공원 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검토'라는 제목의 PPT 자료를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승만기념관 건물 배치도, 면적, 소요경비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 3~5층 규모의 주차장 신설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 시장은 이같은 결과가 송현공원에 (가칭)이건희기증관 이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는 자신의 과거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추진위원들은 송현공원 부지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의 당위성을 오 시장에게 설파했고, 오 시장은 "(추진위원들이)결정해주시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추진위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경복궁 동편에 위치한 송현공원은 3만7천117㎡ 규모로, 서울광장의 약 3배 수준이다. 일제강점기 식산은행 사택, 해방 후 미군숙소, 미대사관 숙소 등으로 활용돼 왔다. 1997년 우리 정부에 반환된 이후에도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되다가 2020년 6월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 이후 지난해 10월7일 시민에게 임시개방됐다.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은 내부적으로 송현공원과 용산공원, 배재학당 등을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검토, 송현공원을 최적의 부지로 선정하고 최근 소유주인 서울시 등에 의견을 물었다. 이는 송현공원이 70년동안 이어진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해방 후 미군은 한국 근무를 극도로 기피했다고 한다. 이는 오랫동안 일제에 수탈을 당했던 우리나라의 열악한 주거환경 등이 이유였다. 당시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미군들은 "일본은 천국, 한국 가기 싫다"는 말까지 했다.
상황이 악화돼 미군이 철수할 경우 심각한 안보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이승만 대통령은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묘책으로 당시 송현동 부지(송현공원)를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의 주거용 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땅 주인이었던 이씨 왕가를 직접 설득하는 작업을 거쳤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를) 써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송현동 땅은 오랫동안 미국인을 위한 부지로 제공돼 오면서,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이 들어설 경우, 건립 예정인 (가)이건희기증관과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 등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고, 정부는 이건희기증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근에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낙점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일 오전 재단법인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400만원을 쾌척했다. 전날인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재단에 500만을 기부한 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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