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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승만이 세운 교회, 종로구가 문 닫나… 전문가들 "건물 새로 짓진 못할망정, 쯧쯧"

뉴데일리

19일 낮 12시,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산자락을 따라 십여 분 걸어 올라가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교회'라는 팻말이 걸린 하얀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교회는 커다란 십자가가 하늘 높이 뻗어 있고 푸른색 유리창이 빼곡히 달려 있어, 멀리서 봤을 땐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어딘가 낯설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교회인데 '문화공간 샘', '착한공간 나눔참여기관'이라는 문구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현관문은 큰 자물쇠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지붕에는 끊긴 전기줄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모퉁이를 돌자, 교회 뒷마당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교회 내부에서 빼낸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오래된 문짝과 문틀, 예배당 의자, 그리고 공사에 쓰이는 비닐자루와 손수레, 노끈까지. 금방이라도 교회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울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오래된 교회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이승만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 보존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최은경 목사라고 소개했다. 최 목사는 마당에 설치된 연혁 표지판을 보여주며 이 교회 얘기를 시작했다.

연에 따르면, 이 교회는 1958년 5월 1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육군 공병단에 직접 지시해 '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미국 하와이에서 많은 기독동포들이 자금 모금 등의 방식으로 조국의 독립운동을 물신양면 도왔는데, 이러한 동포들의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교회 내부엔 당시 예배당과 표어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그러나 1960년 4·19혁명이 발발해 이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 교회를 서로 차지하기 싸우기 시작했다. 이 때 교회를 지키려했던 최낙흥 장로와 교인들은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다.

이후 교회는 1963년 문재린 목사(문익환 목사 父)의 신앙을 따라 좌파 성향의 한국기독교장로회로 넘어갔다. 이름도 현 서울교회로 바뀌었다.

이후 1972년 교회는 배성산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하며 '사회운동 거점'으로 운영됐다. 배 목사는 교회 내부에 '서울노동야학'을 설립해 수십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노동 교육, 노동자 운동 등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교회는 주말 예배를 제외하면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주로 활용돼 왔으며 교인 역시 몇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이 교회를 지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다 교회는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던 2019년 서울시 재산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배성산 목사의 아들 배안용 목사가 이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이어 받았는데, 박원순 당시 시장과 친분이 있던 그가 교단과 상의 없이 92억 원을 받고 서울시에 교회를 팔았다는 것이 최 목사의 주장이다.

시는 2019년 5월, 교회 문을 완전히 걸어 잠가 폐쇄했고, 현재 교회 지역구인 종로구가 교회를 주민 편의시설인 '숲속주민힐링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교회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으로 존속할 수 있게 보존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최 목사는 '이승만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 보존추진단'을 이끌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시행자인 종로구와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구청장을 찾아 교회를 역사 기념관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 목사는 "지금까지 종로구에서 어떠한 답도 받지 못했다"며 "곧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통보만 받을 뿐"이라고 답답해 했다.

종로구 측은 서울교회가 이승만 대통령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2019년 당시 교회를 근린공원지대로 사들였기 때문에, 원래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공원으로 만들려 했다"며 "그런데 구에서 조금이나마 역사적 가치와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주민 편의시설로 바꿔 보존하려는 것이다. 최선의 보존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교회가 이 대통령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공사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소수의 입장이자 뒷받침할 근거도 부족하다"며 "증축 과정을 거친 교회의 현재 외부 모습은 과거 이 대통령이 지었을 당시 모습과도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정문헌 구청장도 같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설립한 교회는 그 자체로 이 대통령과 큰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사상이 담긴 교회를 역사 공간으로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일화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박사)는 "과거 미국 하와이 유학 당시 이 대통령이 현지에 지은 교회를 다녔었는데, 그 교회와 종로구 서울교회의 외관이 완전히 똑같다"며 "물론 지금 서울교회는 증축공사를 해 약간의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스타일 자체는 하와이 교회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이승만 교회'라 불러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사상이 들어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 경제도 발전하고 시민 인권도 신장됐다"며 "서울교회에는 이러한 이 대통령의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뿌리이자 근본인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지켜야 하는 측면에서 '이승만 교회'는 상당히 중요한 예표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방용식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자문위원(정치학 박사) 역시 "이 대통령이 1958년 교회를 세웠다고 약력에 명확히 나와 있기 때문에 종로구의 판단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힘쓰고 대한민국을 수립한 이 대통령을 기념하는 건물을 새로 짓진 못할망정, 기존 건물을 주민 편의시설로 만드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 위원은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내려왔단 이유로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모든 가치관, 활동을 무시하고 이젠 그가 만든 교회까지 없애려 한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종로구는 이 대통령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그의 독립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더욱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이 하야 후 그에 대해 별 관심 없는 교단이 들어서면서, 그가 설립한 교회가 서울시에 넘겨졌다. 이 대통령이 서울교회와 역사적으로 관련성 있다는 것은 객관적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건물 전체를 기념관으로 존속하기 어렵다면, 내부에 이 대통령 관련 공간을 일부 마련하는 것을 적극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 목사를 비롯한 이승만하와이한인기독교독립교회 보존추진단은 서울시에 타협안을 제시한 상태다. 교회 1층을 종로구가 추진하려는 주민 편의시설로, 2층을 이승만 기념관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며 '교회보존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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