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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때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인 사법리스크에 이어 이른바 '이정근 게이트'가 대형 리스크로 번지기 전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돈봉투 의혹이 제기된 지 닷새 만이다.
이어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대표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 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기 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2021년 당 전당대회 때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 뿌려진 돈 봉투는 총 9400만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된 현역 민주당 의원은 많게는 20명, 내부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7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송 전 대표는 원래 계획대로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이심송심(李心宋心·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불거진 사사오입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최종 득표율 50.29%를 기록했지만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시비가 붙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가 아닌 유효표로 봐야하며, 이럴 경우 이재명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과반에 못미치는 49.31%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이재명 대표의 손을 들어줘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만들어줬다. 이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송 전 대표는 "이런 행태는 일베(일간베스트)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물려받아 정치 복귀에 성공했다. 송 전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정치권에서 둘의 밀월 관계를 의심하는 이유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에 도전했던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이번 이정근 사건과 비슷한 일이 없었겠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여기에 당 일각에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대표는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자니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불 보듯 뻔했고, 당 차원에서 적극 조사를 하자니 앞서 본인 사법리스크에는 적극 방탄하던 것과 형평성에 어긋났다. 또 조사를 안하자니 다시 방탄 논란이 커질 게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13일 해당 의혹에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비명계를 비롯해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안민석 의원마저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는 일단 내부 진상 조사는 유보하고 의혹에 대한 공식사과를 통해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정말 이런 쓰레기 같은, 아주 시궁창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아주 냄새나는 고약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할 말이 없다"며 "(당 지도부가) 이것에 대해 내부 척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실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 차원의 진상규명 조사기구 설치 여부와 관련 "자체조사가 여러 상황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다"며 "당 조사라고 하는 게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라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의혹 제기 닷새 만에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선 "당 입장에서 실체적 진실 접근 방법이 원천 봉쇄돼 있었다"며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파악하는데 시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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