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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벌써 1년 (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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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Reese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054433.html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지난해 9월2일 오전은 평화로웠다. 별다른 타사 단독 기사도 없었다. 오전 9시53분, 평화가 깨졌다. 팀장에게서 “<뉴스버스>에 들어가 검찰 기사 확인해보길” 메시지를 받으면서다. 누리집에 들어갔다. 눈이 질끈 감겼다. ‘윤석열 검찰’이 21대 총선 직전에 고발을 사주했다니. 고발장에 피해자로 적시된 이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 보통 인물들이 아니었다. 고발장에는 이들을 겨냥한 ‘검-언 유착 의혹’ 등이 사실이 아니라며 여기 관여했다는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등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고발장을 총장의 ‘눈과 귀’라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연수원 동기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했다면 그냥 지나갈 문제가 아니었다. 느낌이 싸했다.

 

일상이 뒤집혔다. 검찰출입 선배 기자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있는 대구로 향했다. 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뻗치기’가 며칠째 이어졌다. 겨우 만난 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서울에서의 뻗치기는 그나마 할 만했다. 반나절 만에 입을 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은 자신이 작성해 2020년 8월 검찰에 접수한 고발장은 국민의힘 당직자가 전한 고발장 초안을 보고 다듬은 것이라고 흔쾌히 말해줬다. 그 초안은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전했다는 고발장 내용과 ‘판박이’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며칠 뒤 윤 대통령과 손 검사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시작됐다.

 

 

하필 그 전쟁터가 내 출입처였다. 공수처가 있는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를 찾는 날이 잦아졌다. 한달 뒤 손 검사가 공수처에 출석했지만 창문이 짙게 선팅된 자동차를 타고 와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반대로 김웅 의원은 과천청사 입구부터 공수처 청사까지 걸어왔다. 떨어지는 적갈색 낙엽을 배경 삼아 회색 코트를 휘날리며 걷는 김 의원을 보며 기자들은 ‘사진 잘 찍히려 걸어온다’며 수군댔다. 12시간 넘게 조사받고 한밤중에 나온 김 의원을 기자 셋이 30분 동안 쫓아다니며 질문했다. 끝도 없는 질문에 계속 답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정치인이구나’ 싶었다. 의미있는 답변은 없었다.

 

팀원끼리 번갈아가며 주 6일씩 일했던 일상은 12월 즈음에야 정상화됐다. 손 검사를 구속하려던 공수처 시도가 재차 실패하면서다. 수사동력이 확 꺾인 게 보였다. 해가 바뀌자 공수처가 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5월 초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고, 김 의원은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니라며 검찰에 넘겼다. 고발장 작성자는 결국 못 밝혀냈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보낸 이유도 공수처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뭘 했는지, 공수처 수사 결과 브리핑 때 물었다. 지난해 말 손 검사가 휴대전화 공개 협조 의사를 밝혀 수차례 출석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 공수처도 고생 많았겠구나 싶었다.

 

 

어느새 1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다. 고발 사주 ‘윗선’으로 의심받은 인물은 공수처 무혐의 처분 엿새 뒤 대통령이 됐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던 손 검사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했다. 손 검사를 최대한 배려해준 인사라는 얘기가 돌았다. 손 검사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한다. 지난 6월 공판준비기일에 변호인은 더운 날씨 탓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고발장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검사 얼굴도 땀으로 범벅이 돼 붉어졌다.

 

그사이 고발장 등장 인물이기도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순기능을 살리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중순 인력이 충원됐다. 복원의 첫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수사정보정책관실(옛 범죄정보기획관실) 출신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직할체제로 검찰이 구성된 이상,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수사정보정책관실 사유화 논란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우이길 바란다. 지난 1년 같은 삶은 모두에게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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