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mk.co.kr/opinion/journalist/view/2022/10/927770/
생쥐 한 마리가 보이면 이미 그 건물엔 수십 마리가 있다고 한다. 쥐는 으슥한 곳에 숨어 살고 인기척을 느끼면 달아나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국가가 '내부의 적'을 파악하는 것은 더 어렵다. 사람은 눈앞에 있어도 그 속마음을 알 수 없고, 오랜 기간 함께해도 정체를 확신할 수 없다. 소련 스파이 킴 필비처럼 수십 년 만에 신원이 드러나기도 한다.
북한이 또다시 전투기와 포병화력을 동원해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혹여나 충돌이 일어날까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국민들은 침착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을 경험한 덕분이다.
국민들이 정말 충격을 받은 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납치·살해한 것을 정부가 방조한 데다 그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정황이 드러나며 국민들은 불안에 빠졌다.
북한의 심기를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정부는 북송을 거부하는 탈북어민들을 강제로 북한에 넘겼다.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국민들(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다)을 보며 국민들은 정부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위험하지만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장비와 훈련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북한군은 전면전에서 한미동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걱정되는 것은 '내부의 적'이다. '내부의 적'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안에서부터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내부의 적'을 심는 전략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실제 사용돼왔다.
남베트남이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도 북베트남에 패배한 것은 군 고위층부터 법무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공산주의자 간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졌던 국민당 정부가 마오쩌둥 군대에 패해 중국 대륙이 공산화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이 북한이라는 안보 리스크를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경제강국이 된 건 '내부의 적' 단속을 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