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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에세이-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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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디씨 홍준표 의원 에세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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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4


  검사가 정치권력에 칼을 들이대면 여야 구분없이 정치권 전체가 상처를 입게 된다. 그 부담은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치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너의 소원대로 보내 줄 수는 없다는 그런 뜻이었다. 그 당시 나는 검찰 내부 조직을 수사한 죄로 일이 년 후면 어차피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떠날 바엔 수사권이 있을 때 내가 계획했던 정치권 수사나 마무리 짓고 검찰을 떠나고 싶었다.


  1994년 9월 21일 검찰 정기 인사가 단행됐다. 나의 요청대로 안기부 파견은 해제되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나 또 다른 수사검사의 자리가 아니라 법무부의 특수법령과로 발령이 났다.


  국가 조직속에는 장치 오게 될 통일을 대비하여 여러 가지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법무부에서도 통일 국가의 법령 제도에 대해 연구를 하는 기구가 있다. 그게 바로 특수법령과의 할 일이다.

특수법령과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우리에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법령, 제도에 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연구하는 작업이었다.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곳으로 발령 내주었으니 고맙기는 했다. 법무부는 검사들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발령이 지닌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수사를 하고 싶다는 검사에게 남의 나라 법률 제도나 연구하는 아카데믹한 분위기의 부서에 보내는 것은 '더 이상 검사 노릇을 하지 마라'는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몸담고 있던 그 조직이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통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나는 이 신호를 겸허하게 있는 그대로의 의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검찰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검사가 아니면서 검사의 이름으로 검찰 조직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수사검사를 못 할 바에는 이제 새장을 벗어나자 일이 년 후 떠날 수밖에 없을 바엔 명분 있는 지금 떠나자.


  떠나야 될 이유는 그것말고도 또 있었다.


  나는 내가 속해 있는 검찰 조직에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범죄의 치외법권 지대, 범죄의 성역으로 알려져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 고위 간부를 구속되게 한 것이다.


  이 사건의 가장 높은 비호 세력으로 구속된 이른바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의원도 6공 세력의 상징적 존재이자 안기부와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검찰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안기부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엄삼탁 병무청장을 구속되게 하여 안기부에도 상처를 입혔고 문민 정부 초대 경찰청장 이인섭, 천기호 치안감을 구속하여 경찰 조직에도 상처를 입혔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들이 옷을 벗었고, 검찰총장이 경질되는 대변혁을 몰고 왔으며 이 사건으로 파면된 공무원도 삼십 여 명에 이르렀다.



  권력형 범죄,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다는 것, 그것도 제대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이처럼 거대한 권력 조직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내가 속했던 조직조차 수사해야 했던 이 안타까운 현실이 나로 하여금 마음속으로 죄를 지은 배반자 같은 입장에 놓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을 떠난 것은 분명히 나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조직에서 밀어내는 것처럼 느낀 것도 바로 이런 의식 때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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