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는 단은비와 눈이 마주쳤다. 일부러 피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피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체념하고 계속 갈 길을 갔다. 그 애의 근처로 갔을 때 단은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웬일로, 아침 일찍 나온 거야?”
“신경 꺼, 그냥 눈이 일찍 떠져서 산책 나온거야.”
“그래... 모른척 하고 지나가지 않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산책 잘하고 있다가 학교에서 보자!”
“학교에서는 아는 척 안할거야!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서 말한 거야!”
나는 차가운 말투로 계속해서 단은비의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단은비의 말투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가 없었다. 저 또박또박하고 따뜻한 말투...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두 마디만 하고 단은비를 지나쳐 다시 내 갈 길을 갔다. 단은비는 무엇인가 슬픈 표정으로 보였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나는 멀리 가지 않아 다시 뒤돌아 단은비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어제 우리 집 앞에 왔었다면서?”
“응? 무슨 소리야?”
“선영이랑 마주쳤었다면서? 다 들었어.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야?”
“너네 집 가려 한 게 아니고 근처에 잠깐 볼 일이 있어서...”
항상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던 애가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말끝을 흐렸다. 역시 내 예상대로인 것 같다. 무엇인가 이유가 있어서 우리 집 근처를 서성거렸을 것이다.
“됐어, 무슨 일로 왔는지는 상관없어! 앞으로 우리 집 근처에 안와줬으면 해! 선영이도 만나지 말고,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면 우리 둘 다 혼란스러워!”
나는 내 할 말만 하고 다시 단은비를 떠나 내 갈 길을 갔다. 단은비는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언제쯤 마음 편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이 호수를 걷는다. 호수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조그맣지만 위엄 있고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예쁘게 핀 도라지꽃들,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다시 나타난 단은비도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만 많이 바뀌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 마음가짐 등 몇 년 사이 나는 정말 많이 변했다.
...
산책을 일찍 마치고 나는 학교로 곧장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7시 56분... 8시가 채 안 된 시간이었다. 반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단은비는 이미 나보다 먼저 반에 도착해 있었다. 단은비는 특유의 반짝반짝한 눈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단은비는 원래도 책 읽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중학생 때 나를 만난 후 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더욱 더 독서량을 늘렸다. 아직까지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이 시간에 학교에 와 보는 것은 처음이다. 색다른 풍경이었다. 나는 가방을 걸고 책상에 앉았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잠을 청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막 책상에 엎드리려는 찰나, 누군가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일찍 왔네?”
뒤를 돌아보았다. 주인아였다. 주인아가 또 무슨 일로 나에게 말을...
“오늘도 무슨 설문지 작성해야 할 거 있어?”
나는 안봐도 안다는 듯이 말을 건냈다. 주인아가 나에게 말을 걸 이유는 뻔했다. 분명 반장으로서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이었다.
“아니, 그냥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보고 싶어”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나에게 궁금한게 있다고? 공부 외에는 일체 관심이 없는 주인아가?
“뭔데?”
“너 새마을 감자탕에서 알바한다고 했잖아, 학교마치고 바로 가는 거야? 몇 시 까지 하는데?”
도대체 이게 왜 궁금한걸까... 나는 의아했지만 왜 그걸 궁금해보는지 물어보며 길게 대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묻는 말에만 계속 대답했다.
“학교 마치고 집에서 잠깐 쉬다가 5시 30분에 시작해, 9시 30분에 끝나고”
“그렇구나, 근데 알바하면서 학교다니면 힘들지 않아? 엄청 피곤할거 같은데.”
“응, 그래서 학교에서 맨날 자잖아, 지금도 이제 좀 잘려고!”
“풉, 맨날 자는 이유가 있었구나”
순간 주인아의 얼굴에 아주 잠깐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무슨 일일까, 주인아는 얼음소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거의 웃지 않는다. 전교 1등을 한 순간에도 저 애는 웃지 않았다. 성적도 최상위권, 모든 것이 최상위권인 엘리트였지만 항상 얼굴은 어두웠다. 그런데 저 애가 웃다니... 내가 헛 것을 본걸까?
“아무튼 알겠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그럼 이만!”
짧은 몇 마디를 남기고 주인아는 다시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이 망하려는 징조인가? 단은비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저 아이까지 왜 저러는걸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제 진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시끄럽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 한썬!”
덕배였다....
“야 네가 웬일로 이 시간에 와서 앉아있냐? 세상이 망하려는 징조인가보다 키키킥, 너 어제 알바 째고 나 몰래 미녀랑 데이트라도 한 거 아니냐? 키키킥 어떻게 네가 이 시간에 학교에 와 있을수가 있냐?”
덕배만큼은 늘 한결같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개학 이튿날... 더 이상의 특이사항은 없었다. 나는 평범하게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학교생활을 하였다. 단은비와는 같은 반이기 때문에 가끔 눈이 마주칠 일은 있었으나 따로 대화를 하진 않았다. 단은비는 여전히 별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저걸 걸고 있을 속셈일까? 언젠가 대화할 일이 생기면 저것부터 빼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나는 어제처럼 집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에 알바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여느 때처럼 사장님과 식당 이모들에게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고 얼마 안 돼서 선미 누나가 왔다, 우리는 평소처럼 열심히 저녁 서빙준비를 했다. 같이 접시를 정리하고 있을 때 선미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야 선우야, 우리 내일 새 알바 온다던데?”
“어 진짜요? 와 잘됐다. 우리 안그래도 좀 힘들었잖아요.”
저녁시간 서빙은 항상 나와 선미누나 둘이서 했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날은 일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둘 다 일을 오래해서 많이 숙련되어 있었고 실수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엄청난 체력적 부담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러게, 짠돌이 사장님이 드디어 우리 소원을 들어주시네. 근데 새로 오는 애도 고등학생인가 보더라? 너랑 똑같은 고2래”
“엥 그래요? 차라리 건장한 대학생 형이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풉! 그러면 일은 편해져도 너한테 낭만이 없잖아! 이번 기회에 너도 여자친구 한 명 만들어 보지 그래?”
선미 누나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갑자기 선미 누나에게서 덕배가 보였다.
“무슨 소리세요... 저 여자친구나 그런거에 관심 없다니깐요!”
그렇게 잡담을 하며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니 8시가 넘었다. 이제 대충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은 끊기고 뒷정리를 바쁘게 해야 할 시간이었다.
‘띠리링’
“어서오세요!”
그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니, 제길! 운도 없는 하루였다.
선미누나가 테이블을 안내했고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왔다. 테이블에 물과 손수건을 놓을 때 나는 깜짝 놀라 물을 떨어뜨릴 뻔 했다. 테이블에 익숙한 손님이 혼자 앉아 있었다.
아 나만 그런가
집중이 안되네
뇌가 뽕 맞아서 그런지
ㅋㅋㅋ
무슨일 있어?
후보교체!! 땜에
눈에 들어오는게 없네 ㅋㅋ
그래서 민초 아이스크림 먹으니
조금 진정이 되는군 마치 솔의눈 효과라고 할까나 ㅋㅋ
미..민초... 그래
이어지는 이세계 은비 시리즈
고깃집에 온 은비와 민주
은비: 그것도 나오죠 먹태? 감태 감태 아~ 그리고 생태 매운탕
안창살에 생태 매운탕을 시키는 은비
은비: 너무 많아요?
사장님: 안많아 안많아 내장 넣고?
민주: 네 내장 넣어주세요
은비: 사이다도 하나 주세요 여기 진짜 맛있어요 안창살을 감태에 싸먹는데 👍👍
민주: 오~~ 무슨 조합이야 너무 맛있겠다
그리고 둘은 말이 없었다 와구와구 쭈왑쭈왑
먹방장인 이세카이 은비
배고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