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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세리머니에 정답은 없다. 선(善)과 악(惡)으로 나눌 수 없다. 색깔이 다를 뿐이다. 그 색깔에 맞춰 즐기면 된다. 감동을 받든, 재미를 받든, 열을 받든.
대전 하나시티즌이 '디펜딩 챔피언' 울산HD를 격파했다. 지난 1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조기 18라운드. 이 경기는 울산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인해 앞당겨 치른 경기였다. 대전은 3-2로 승리를 쟁취했다.
명승부였다. 대전이 이른 시간 신상은과 김현욱의 연속골로 2-0 리드를 잡았다. 울산은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박민서와 이희균의 연속골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한 상황에서 승리의 영웅이 등장했으니, 바로 대전의 주포 주민규였다.
주민규는 이번 경기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2-2로 팽팽하던 후반 11분 투입됐고, 7분 만에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주민규의 시즌 6호골. 올 시즌 독보적 득점 1위를 질주했다. 대전 역시 승점 16점을 기록하며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 경기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받은 건 주민규의 세리머니였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공격수. 환호와 포효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주민규는 그러지 않았다. 최대한 자제했다. 왜? 친정팀을 향한 예우였다.
주민규는 올 시즌 대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직전 팀이 바로 울산이었다. 그는 2023년 울산으로 이적해 2번 모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이 리그 최강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트라이커였다. 울산과 무수한 영광도 함께 했다.
대전 이적 후 첫 울산 방문이었다. 주민규는 친정팀을 배려했고, 존중의 마음을 담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많은 축구 선수들이 전 소속팀에 대한 예우로 이런 세리머니를 한다. 감동적인 세리머니가 아닐 수 없다. 전 소속팀 팬들도 살벌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몸은 떠났어도 마음으로나마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주민규는 경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굉장히 울산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고, 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든 선수들이 주민규처럼 하지는 않는다. 지난주 K리그1을 떠들썩하게 만든 FC서울 정승원의 세리머니는 정반대였다.
서울은 K리그1 6라운드에서 대구FC와 격돌했고, 3-2 승리를 거뒀다. 정승원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1-2로 끌려가던 후반 45분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종료 직전 문선민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미친 활약. 그리고 엄청난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정승원을 골을 넣은 뒤 70m를 넘게 뛰어갔다. 그가 향한 곳은 대구 원정석. 그는 귀에 손을 갖다 대며 대구 원정 팬들을 도발했다.
이후 K리그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구는 정승원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향과도 같은 팀이다. 그는 2016년부터 2021까지 대구에서 뛰며 꽃미남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정승원은 이런 팀을 향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자 벤치 클리어링도 벌어졌다. 친정팀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반대로 K리그에서 이런 이슈가 필요하다는 긍정적 목소리도 나왔다.
분명 정승원과 주민규는 상황이 다르다. 이별하는 방법이 달랐다. 주민규는 웃으며, 행복하게 울산의 손을 놓았다. 반면 정승원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대구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연봉 등의 문제로 구단과 충돌했다. 결국 악에 받친 이별을 해야 했다. 정승원은 친정팀을 향한 예우가 아니라 복수를 선택한 것이다.
정승원은 경기 후 "내가 지금까지 대구에 오래 있었고, 축구를 하면서 야유도 많이 들었다. 내가 더 성장해서 이렇게 커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주민규와 정승원의 세리머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친정팀을 향해 예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선수 개성대로, 선수 의지대로, 선수 감정대로 하면 된다. K리그에는 세리머니의 자유가 있다. 감동 세리머니를 강요할 수 없고, 도발 세리머니를 막을 수도 없다.
분명한 건 상반된 두 가지 세리머니가 K리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K리그에는 주민규 같은 선수도 필요하고, 정승원 같은 선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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