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대화 없었다" … '계약 8개월 남은' 손흥민, 토트넘 떠나나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

내년 6월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이 아직 팀과 재계약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은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페이즈 1라운드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 자신의 재계약 협상 상황에 대해 밝혔다.

그는 "토트넘 구단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며 "나는 이번 시즌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나이에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더 많은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있어 보다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우승을 하고 싶다"며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계약이 남아 있을 때까지 지난 10년간 해왔던 것처럼 토트넘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전날에도 구단 팬 포럼에 참석해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행사에는 손흥민 외에도 다니엘 레비 회장, 요한 랑게 디렉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한 팬이 손흥민을 향해 '토트넘에서 은퇴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손흥민은 "난 이미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했다. 우리는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벌써 여기 온 지 10년이 됐다.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할지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축구에서 미래를 알 순 없다.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다. 다만 내가 언젠가 이 클럽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걸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5년 바이어 04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두 차례 연장계약을 통해 10시즌 동안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여름 '단짝'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한 뒤에는 주장으로 선임되는 등 팀과 선수단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계약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늦어도 지난여름 재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구단의 어떠한 발표 없이 계약 마지막 시즌에 돌입했다.

일반적으로 팀은 자유계약선수로 떠날 수 있는 주축 선수를 붙잡기 위해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앞서 영국 매체도 10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헌신한 손흥민의 토트넘 잔류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이번 손흥민의 발언에 따르면 재계약은커녕 1년 연장계약 옵션행사 여부에 관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

1년 연장도 사실 큰 의미가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장하더라도 이것이 손흥민을 위한 선택인지, 혹은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려는 구단을 위한 선택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6월까지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 손흥민은 내년 여름 자유계약 신분을 얻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게 되는 만큼 유럽 빅클럽이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앙투안 그리즈만의 대체자로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루머가 돌았다.

손흥민의 충격적인 발언 뒤 토트넘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곧바로 영국 매체는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지금까지 토트넘 소속으로만 414경기에 출전해 164골을 넣으면서 구단 역대 득점 5위에 오른 명실상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2010년대 토트넘의 황금기에는 언제나 손흥민이 있었고, 토트넘이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팀 내 위상이나 영향력 등을 따져도 손흥민이 레전드로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손흥민은 우승 경력이 없는 만큼 자신이 아직 토트넘의 레전드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토트넘에서 레전드가 되고 싶다. 한 팀에서 10년 동안 뛰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항상 꾸준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클럽에 무언가를 갖고 와야 한다"면서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이 클럽(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때 팀의 레전드라고 불리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내가 토트넘에 온 이유는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현실적으로 손흥민과 토트넘이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컵 대회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FA컵, 카라바오컵(리그컵) 외에도 UEL에도 참가하는 가운데 컵 대회 우승을 노리는 것이 리그에 비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UEL이 주목된다. 베팅업체들과 현지 도박사들은 이번 시즌 UEL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꼽는다. 두 팀은 올해 UEL 결승전에서 맞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