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금값, 또 사상 최고 경신 … "내년 2700달러 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국제 금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국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2554.0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선물가격도 가파르게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2580.6달러로, 전날보다 1.5% 올랐다. 연초(온스당 2093.5달러)와 비교하면 23.3% 급등한 것이다.

금 선물시장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이달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국제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이날 빅컷(금리 0.5%p 인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패드워치에 따르면 17~18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p 인하할 확률은 한국시각으로 5일 13시50분 기준 57%다. 86%에 달했던 하루 전보다 29%p 낮아졌다. 반면 빅컷에 나설 확률은 하루 새 14%에서 43%로 뛰었다.

간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릴 정도로 연준 내부 소식에 정통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연준 위원들은 0.25%p 인하는 물론, 0.5%p 인하 가능성도 모두 열어뒀다"고 언급하면서다.

금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인식된다. 헤지는 위험자산 가격 변동을 회피 또는 제거하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금리가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는 것이 시장 논리다. 이에 따라 금값은 상승 추세를 보인다.

얼라이전스 골드의 알렉스 엡카리안 최고운영책임자는 로이터에 "저금리 환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금의 매력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며 "더 큰 규모가 아닌 훨씬 더 빈번한 감축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있는 블루라인 퓨처스의 필립 스트리블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 고용시장은 계속 흔들리고 있으며 고용시장이 악화하면 금리인하 여정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1일 미국 노동부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동 분쟁, 미-중 무역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르는 원인 중 하나다. 지정학적 갈등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사들이고 있다. 1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90t으로, 1분기 기준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금값이 온스당 27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리인하와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로 금값은 내년 초 27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