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한 전 골프선수 박세리(47)가 "그동안 아버지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 왔으나,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는 식으로 악재가 반복돼 왔다"며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더 이상 어떤 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법률대리를 맡은 김경현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박세리는 "2016년 은퇴 후 본격적으로 한국에 정착하면서 줄곧 아버지와 채무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며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순 없지만 오랜 기간 아버지의 채무를 조용히 해결해 왔는데,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9월경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이 부친 박준철 씨를 형사고소한 사실을 거론한 박세리는 "(부친의 범법 사실을 인지한) 재단 이사진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와중에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고, 만장일치로 고소장을 내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저도 유감이나, 제가 이사장이고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에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동석한 김 변호사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준철 씨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사실관계와 다르게 해석되거나 억측성 기사들이 나와 논란이 증폭됐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고소를 진행하기 전,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새만금 테마마을 국제골프학교 개발 사업 참가의향서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으면서 (박씨가 진행한) 서류가 위조된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다"며 "이에 박세리희망재단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경찰에 고소장을 냈고, 기소 의견으로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에 따르면 박씨는 서류를 위조한 뒤 충남 태안과 전북 새만금 등지에 국제골프학교와 골프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에 국제골프학교를 설립하는 A업체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은 박씨는 법인 도장까지 몰래 만든 뒤 B업체와 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박세리희망재단은 골프 인재 양성 및 스포츠 산업 발전과 국가 이미지 재고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됐다"며 "재단은 비영리단체로 영리사업을 할 수 없는 곳이고, 박씨는 어떠한 직책이나 업무도 수행한 적이 없는 재단과 무관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박세리희망재단은 여러 주니어대회를 개최하면서 꿈을 꾸는 유망주들에게 후원을 하는 재단"이라며 "후원금을 받았으면 그대로 기부금을 내야 한다. 기부금이 남거나 수입이 돼선 안 된다.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만든 재단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자신은 가는 길이 확고한 사람이라며 그런 점을 정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힌 박세리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회복되는 건 지금은 힘들 것 같다. 가족과 저에게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개인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배웠고, 성장했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성장시킬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실력을 향상시켜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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