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첫발을 내디뎠던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 6일 개막작 '살로메(Salome)'를 시작으로 11월 10일까지 36일간 오페라의 향연을 펼친다. 축제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주제를 '다시, 새롭게!(Now, Start afresh!)'로 정하고 메인 공연 5편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13∼1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발레극장과 합작한 '엘렉트라'(20∼21일), 국립오페라단 '맥베스'(27∼28일), 영남오페라단 '오텔로'(11월 3∼4일) 등 모두 강렬한 비극을 선보인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 비극은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고 말했다. '카타르시스'는 그리스어로 '정화'를 뜻하는 말로, 비극을 통해 영혼의 정화를 경험한다는 의미다. 관객들이 영혼의 예술적인 승화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살로메'는 전막 오페라로 대구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렉트라'는 한국 초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작품은 '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작곡가'로 불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대표작이다.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기초로 헤트비히 라흐만이 독일어 대본을 완성해 1905년 12월 드레스덴의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당시 성공을 거뒀지만 근친상간 은유와 반종교적 메시지, 선정적인 장면 때문에 빈과 베를린·뉴욕에서는 윤리적인 문제로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6~7일 공연된 '살로메'는 2016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시립극장이 제작한 프로덕션 버전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연출가 미하엘 슈트루밍어가 팜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살로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빈 폭스오퍼 지휘자 로렌츠 아이히너가 지휘를 맡았다.
오페라는 성서에 나오는 헤롯왕과 그의 의붓딸이자 조카인 살로메, 당대의 예언자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그린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얻기 위해 헤롯 앞에서 몸에 걸친 일곱 개의 베일을 벗어 던지며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이 가장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선 반투명 유리의 회전무대에서 '살로메'(소프라노 안나 가블러)가 그릇된 욕망을 드러내며 관능적인 춤을 춘다. 원작과 달리 헤롯(테너 볼프강 아블링어 슈페어하케)은 하나식 옷을 벗으며 마지막엔 팬티만 걸치고 살로메와 야릇한 포즈를 취했다.
춤을 춘 대가로 헤롯은 왕국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지만 살로메가 원한 것은 오직 요한의 머리였다. 이어 등장하는 장면에서 요한의 참수된 머리를 담은 은쟁반이 아닌, 목을 자르다 만 시체가 누워있다. 살로메가 요한의 시체에 키스하며 '당신은 내게 키스해주지 않았지'를 부르는 장면은 변태적 애욕을 극대화시키며 객석을 압도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축제 기간 대구 곳곳에서 '프린지 콘서트'가 열리고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콘체르탄테 '264, 그 한 개의 별' △실력파 성악가 50명이 출연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50스타즈Ⅲ' △오페라 오디세이 △글로벌 오페라 심포지움' 등을 준비했다.
마지막날엔 지역 철강기업 TC가 후원으로 진행되는 '대구·사야 오페라어워즈'가 개최된다. 축제를 빛낸 성악가와 연출자·지휘자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유럽의 유명 극장 운영자들과 성악가들이 시상자·협연자로 초청했다. 시상식 직후에는 축제를 기념하는 갈라콘서트가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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